'욕 듣는 만큼, 거들먹대는 건 누구게?''누구긴 누구, 정치인이지!'이런 수수께끼가 있을까? 잘은 모르지만 필자의 정치를 보는 시각은 그저 그렇고 그렇다.
'정치는 현대인의 운명'이라고 말한 것은 토마스 만이지만 우리 현대의 한국인에게 정치는 단적으로 비운(悲運) 그 자체다.
소위, DJ정권 측에서 '지역 감정은 악마의 주술(呪術)'이란 절묘한 말이 흘러나온 적이 있는데, 그건 참 절묘한 말이다.
한데 그들이 빠뜨린 게 있다. 지역 감정 이전에 이미 현대의 한국의 정치 자체가 악마의 주술임을 말했다면 금상첨화였을 것이라고 지금도 애석하게 여기고 있다. 지역감정조차, 역대 정권이 여야 없이 서로 짝짝궁으로 조작한 것이기에 결국 정치는 이중으로 '악마의 주술'이 될 수밖에 없다.
주술도 예사 주술이 아니다. 이른바, '흑 주술', 곧 검은 주술이다. 제 자신의 검은 욕망 채우기 위해서 남을 해치려 드는 주술이다.
조선 왕정(王廷)의 역사에서 가장 악명 높은 여인의 하나인 장희빈은 조정의 안방을 차지하겠다는 허욕 때문에 상대방의 인형을 만든 다음, 그 목에다가 노끈을 동여 감아서는 못에 매달았었다. 흑주술의 전형이다.
현대 한국 정치가 결국은 그 대세에 있어서는 일차적으로는 정적(政敵)을 향한 흑 주술이되, 이차적으로는 국민을 대하는 흑 주술이었던 것은 아닐까?
그들은 스스로의 욕망에 늘 불을 질러댔다. 한국 현대 정치가 정치인 개인의 무한 욕망의 질주였다는 것하고 정치가 악마의 주술이었다는 것은 무관하지 않다.
장희빈처럼, 욕망을 채우기 위해선 무엇이든 하는 주술, 상대를 넘어뜨리기 위해선 물불 가리지 않는 주술을 서슴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권(大權), 통치권, 정치 권력, 국가 권력 등등. 이들 낱말은 자제할 줄 모르는 사람 손에 잡힌, 손오공의 여의봉 같은 거였고 조자룡의 창 같은 거였다. 그건 검은 주술과 짝이 된 흉기였다.
소위, '대권'이란 말은 도대체 뭐란 말인가? '대통령 권한'의 줄임말이라면 참고 들어 줄 수도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거대한 초인적 권세'와 동의어로 쓰이고 있는 것을 부정하기는 어렵다.
여간 매스꺼운 말이 아니다. 입으로 민주주의를 말하면서 '통치권'은 또 웬말인가? 이건 일제(日帝)가 즐겨 쓰던 악담이다. 한데도 근자에 와서 소위 '대권 주자'들이 바글대기 시작했다. 현 정국을 책임질 여당에서는 무려 일곱인지, 얼마인지 나서는 모양이다.
이들은 모름지기 어떤 정견이든, 선거구호이든 필경은 정치의 자아 비판을 대종으로 삼아야 한다. 참회록만이 이들로 하여금 흑 주술에서 벗어나게 할 것이다.
한데 자아 비판을 진실하게 한다면, 정치인 어느 누구도 감히, 소위 '대선 주자'로 나서지 않을 것 같은데, 웬걸 여름 논바닥 개구리 끓듯 하니 알고도 모를 일이다. 그러니 피치 못하게 '악마의 주술'은 계속될 모양이고 그 결과 현대 한국인의 운명이기보다는 비운(悲運)인 정치가 또 악을 쓸 모양이다.
'나는 결코 나서지 않겠소!'그 말 한 마디, 단 한 사람의 정치인에게서, 단 한 번이라도 듣고 싶다.
그것도 오늘날의 부패와 무능을 먼저 책임져야 할 측에서 나오게 되면 그는 한국 정치의 '흰빛 주술사'가 될텐데 정말 아쉽다.
인제대 교수.국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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