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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의 책

◈여성들은 다시 가슴을...

20세기 패션의 역사를 총제적으로 다룬 책이다. 문화.풍속사의 명저로 꼽히는 막스 뵌 폰(1860~1932)의 '패션의 역사'의 연장선상에 있는 저술이다. 정치적 사건을 비롯, 사회적.경제적 발전, 다른 예술의 경향들을 함께 다루면서 패션의 변화상을 살펴보고 있는 것이 흥미롭다.

1차세계대전 후 패션은 더이상 신분의 사고를 반영하지 않게 됐으며, 1920년대에는 여성들은 자유로운 자의식을 가르손(남자같은 여자)패션으로 표현했다. 60년대는 히피문화의 영향으로 관습에서 벗어난 패션스타일이 지배적이었고, 80년대에는 남성들의 활동이 두드러졌으며 양성적인 패션이 등장했다. 잉그리트 로셰크 지음. 한길아트 펴냄. 2만원.

◈명화는 이렇게 속삭인다

미술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교양서를 자주 발표해온 미술평론가 이주헌(학고재.아트스페이스 관장)씨의 저술이다. 일반인들에게 명화를 감상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면서 명화에 얽힌 재미있는 뒷얘기를 담고 있다.

빈센트 반 고흐는 '담배 파이프가 놓여 있는 빈센트의 의자'를 그려 자신의 존재를 부정하는 쓸쓸한 정서를 담은뒤, 또다른 의자그림인 '고갱의 의자'를 그린다. 그는 의자들이 대화를 하고 있다고 상상하면서 자신의 외로움을 달랬다.

작품과 화가, 작품의 시대적 배경, 작품의 새로운 해석 등에 대한 쉽고 자세한 설명이 붙어있다. 뒤편에는 '또 서양미술 뒷얘기인가?'라는 비판(?)을 의식한 듯, 요즘 활동하는 한국작가 8명을 골라 그림 설명을 붙여놓았다. 예담 펴냄. 1만5천500원.

◈이것이 서양문명이다

서양에서 일상적으로 널리 쓰이는 177가지 영어표현을 통해 서양문명을 알기 쉽게 설명한 책이다.호메로스의 '일리아드', 플라톤의 '파이돈'같은 고전에 나오는 문장을 비롯해 율리우스 카이사르, 마라톤을 완주하고 죽은 무명용사의 표현까지 서양문명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그러면서 이러한 표현들이 영어권에 정착해 일상어가 되기까지의 변천사도 소개하고 있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 '내일이면 늦으리' '양의 탈을 쓴 늑대' 등의 어원과 유래 등을 새삼 확인할 수 있다.'영어 열풍'에 힘입어 영어공부와 교양습득을 동시에 노린 듯한 책이지만, 재미는 있다. 마이클 매크론 지음. 황금가지 펴냄. 1만5천원.

◈장밋빛 도살장 풍경

대중음악평론가.록뮤지션으로 활동하는 성기완씨의 문화비평서다. 우리의 비속한 문화형태들을 젊고 날카로운 시선으로 투시하는 그는 때때로 한국사회의 혼종성을 식민지적 질서와 연결시키기도 하고, 과거와 미래와 현재를 오가면서 한국문명을 비판한다.

이 책은 21세기 예술과 대중에 대한 변화를 요구하는 '세기의 전환', 남한에서 살면서 겪은 문화적 체험담이 주류를 이룬 '조용한 매춘의 나라에서 살다', 포르노, 표절, 트랜스젠더, 도박과 게임 등 여러 문화의 장르에 대한 개인적인 단상을 묶은 '장밋빛 도살장 풍경' 등 3부로 구성됐다. 각부의 끝에는 2003년 미래의 신문기사를 가상으로 엮은 '텍스트 리믹스'도 흥미를 끈다. 문학동네 펴냄. 9천원.

박병선기자 lala@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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