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2002 월드컵을 성공적으로 끝마치기 위해서는 축구대표팀이 좋은 성적을 거두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아무리 좋은 시설에서 안전하게 대회가 치러진다 해도 대표팀의 성적이 부진하다면 지금처럼 국민적 관심과 열기가 급격히 떨어져 자칫 '남의 대회'로 전락할 우려마저 있다.
따라서 한국은 이번 월드컵에서 본선 1회전(16강) 진출에 목을 매고 있다. 그동안 4회 연속이자 통산 5회 본선에 진출하고도 단 1승도 거두지 못하고 예선 탈락했던 만큼 본선 1회전에 오르는 날은 한국축구의 새로운 장이 열린 날로 기록될 것이다.
현재 예상할 수 있는 16강 진출의 최적 조합은 1승2무로 승점 5를 거두는 것이다. 물론 3팀이 1승2무가 되고 나머지 한 팀이 3패가 되는 경우도 발생할 수 있다. 이 때는 3팀이 골득실로 1~3위를 결정하기 때문에 승점 5를 올리고도 탈락할 수 있다.
이같은 가능성은 2승1패로 승점 6이 됐다 하더라도 안심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3팀이 2승1패, 나머지 한 팀이 3패가 되면 마찬가지로 골득실을 따져야 하기 때문이다.
반대로 4팀이 모두 1승1무1패가 되는 경우도 있어 승점 3만 따고도 16강전에 나서는 것도 가능하다. 그러나 이런 상황이 생길 가능성은 그렇게 높지 않기 때문에 1승2무를 올린다면 무난히 16강행이 가능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축구인들은 한국이 「1승 제물」로 여기고 있는 미국을 잡고 포르투갈, 폴란드와 비기는 상황을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 14일 국제축구연맹이 정한 A매치데이에서 드러난 상대팀들의 전력이 예상했던 대로 결코 만만치 않다는 것이 객관적인 평가다.
거스 히딩크 감독이 1승2무의 방정식을 제대로 풀어내 국민의 숙원을 이뤄줄 지 지켜볼 일이다.
「꿈의 구연」 2002 월드컵축구대회가 100일 앞으로 다가왔다.
한국월드컵조직위원회와 대구 등 10개 개최도시가 월드컵을 성공적으로 치르기 위한 제반 준비를 거의 마무리하고 있지만 전국적으로 월드컵 분위기는 여전히 가라앉아 있다.
월드컵 붐 조성의 선봉에 서야 할 한국 축구대표팀은 의욕적으로 출발한 새해 북중미 전지훈련과 골드컵, 남미 우루과이와의 평가전에서 졸전을 거듭해 사상 첫 본선 16강 진출을 염원하는 국민들을 잔뜩 실망시켰다.
한국의 월드컵 도전사와 대표팀의 전력, 스타플레이어를 소개하고 16강으로 가는 방정식을 찾아본다. 한국은 이번 월드컵에서 월드컵 첫승과 본선 16강 진출의 숙원을 이룰 수 있을까.
지난해까지 순탄하게 보였던 한국축구대표팀의 운명이 돌변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본선 32개국 조추첨 후 축구 전문가들과 팬들은 한국이 월드컵 첫승과 16강 진출이란 두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 것이란 희망을 가졌다.
비록 우승후보 포르투갈과 동구권의 강호 폴란드, FIFA 랭킹 13위인 미국과 같은 D조에 포함됐지만 홈의 잇점을 살린다면 승산이 있다는 계산이었다.
그러나 최근 대표팀의 잇따른 졸전을 지켜본 이들은 생각을 달리하고 있다. 한국이 지난해 세계적인 명장 거스 히딩크 감독을 영입,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짧은 기간에 세계 축구의 높은 벽을 허물기가 쉽지 않다는 결론을 내리고 있는 것이다.
FIFA 랭킹으로 볼 때도 한국은 본선 32개국 가운데 세네갈(45위)에 앞선 31번째(41위)에 머무르고 있다.
한국의 월드컵 성적표는 초라하다.
54년 스위스 대회에 이어 86년 대회부터 5차례 연속 본선에 진출, 월드컵의 「단골손님」이 됐지만 아직 1승도 거두지 못한 채 4무10패를 기록하고 있다.
54년 대회에서는 헝가리에 0대9, 터키에 0대7로 참담한 패배를 당했다. 이후 32년만에 본선에 오른 86년 멕시코대회 때는 불가리아와의 조별리그 2차전에서 1대1로 비겨 감격의 첫 승점을 따냈다.
90년 이탈리아대회에서는 3전 전패로 무너졌고 94년 미국대회에서는 스페인, 볼리비아와 비겨 최다승점인 2점을 챙겼다. 98년 프랑스대회에서도 벨기에와 비겨 승점 1점을 얻는데 만족해야 했다.
한국은 그러나 개최국의 체면이 달린 이번 대회를 위해 98년 월드컵 때 네덜란드대표팀을 맡았던 히딩크 감독을 영입, 대표팀 담금질에 돈과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다.
히딩크 감독은 유럽과 남미의 벽을 뛰어넘기 위해 강도높은 체력을 요구하며 다양한 전술 변화를 꾀하고 있다. 부임 초기 한국의 전통적인 3-5-2 시스템 대신 4-4-2로의 전환을 시도했으나 실패, 최근 3-4-3 또는 3-5-2로 전술의 완성도를 높이고 있다. 다만 스리백은 기존의 스위퍼 시스템에서 일자로 늘어서는 지역방어 형태로 바뀌었다.
히딩크 감독은 지금까지 9차례 대표팀을 소집하면서 젊은 선수들을 대거 영입하는 등 50여명을 발탁, 세대교체를 단행했다.
이 과정에서 체력이 강하고 다양한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멀티플레이어를 선호, 여기에 부합한 송종국, 박지성, 유상철 등이 확실한 주전으로 떠올랐다.
히딩크호는 이전보다 플레이가 빨라졌고 미드필드에서의 압박이 강해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경기를 조율할 플레이메이커와 골결정력이 뛰어난 스트라이커 부재를 해결하고 수비진의 조직력를 가다듬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김교성기자 kgs@imaeil.com
황선홍(34·가시와 레이솔)은 이회택과 차범근의 대를 잇는 한국 최고의 스트라이커다. 현역 선수 가운데 가장 많은 A매치 47골(91경기)을 기록하고 있는 한국축구의 얼굴이자 대표팀의 맏형이다.
황선홍은 스트라이커에게 필요한 위치선정과 공간확보 능력, 슈팅력을 갖추고 있으며 경기를 읽는 시야가 넓고 움직임도 활발하다. 게다가 골을 잡아내는 능력과 자신의 패스와 움직임을 이용해서 동료들에게 결정적인 골 기회를 만들어주는 능력도 탁월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황선홍은 용문고 시절까지 큰 주목을 받지 못했으나 건국대 재학 때 국가대표로 발탁됐고 93년 포항 스틸러스에 입단, 국내 프로에 데뷔했다. 95년 8경기 연속골의 대기록을 세우며 골든볼을 차지하는 등 국내 프로무대를 점령했다.
98년 일본 세레카 오사카로 이적, 99시즌 J리그 득점왕에 오르며 전성기를 구가했다. 2000시즌 잠시 국내로 복귀했다가 지난해 다시 가시와 레이솔로 이적, 맹활약하고 있다.
황선홍은 그러나 지난 88년부터 10년 넘게 대표팀의 주전 스트라이커 자리를 지켜왔지만 월드컵과는 큰 인연을 쌓지 못했다. 90년 이탈리아대회부터 98년 프랑스대회까지 3차례 연속 월드컵에 나섰지만 단 1골만을 기록, 골잡이의 면모를 보여주지 못했다. 98년 대회에서는 무릎 부상으로 벤치 신세를 졌다.
대표선수로서 영욕을 맛본 황선홍은 자신의 4번째 무대인 이번 월드컵에서 그동안 이루지 못한 16강 진출을 위해 마지막 투혼을 아낌없이 불사른다는 각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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