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신경제상품 문화(9)-독일 퀼른 카니발

세상에는 사계절이 있을 뿐이지만, 쾰른에는 '제5의 계절'이 있다. 회색의 겨울하늘을 인 을씨년스런도시의 거리를 후끈하게 달구는 흥에 겨운 축제. 쾰른 사람들은 카니발 기간을 애정어린 어조로 그렇게 부른다.

게르만 민족의 카니발은 원래의 봄맞이 행사에다 중세의 기독교적 색채가 가미된 독특한 형태를 띤다.'쾰른 카니발'도 라인 축제와 마찬가지로 그 전해 11월11일 11시11 분 구 시장터에서의 시끌벅적한 개막행사와함께 장미의 월요일까지 계속된다.

장미의 월요일이 지나면 재의 수요일이 오고 이때부터 40일간 고기를 먹지 않는 사순절이 시작되기 때문에 그전에 실컷 먹고 마시면서 삶의 기쁨을 만끽하는 것이다.

사실상 본격적인 축제 일정은 사순절 전 6일간이다. 그 시작이 바로 '여인들의 목요일'로 불리는 목요일 아침.이때는 각양각색의 중세의상 차림의 처녀들이 떼지어 다니며 남자들의 넥타이를 보는 대로 잘라버린다.그러나 남근의 상징인 넥타이가 잘리는 보상으로 아름다운 쾰른 아가씨의 뽀뽀를 받고 잘린 넥타이가 아가씨의 치마 장식으로 매달리게 되니 그리 불쾌한 일은 아니다.

끝이 잘린 넥타이를 맨 채 히죽대며 축제인파에 휩쓸려 다니는 동양인의 모습이 가끔 눈에 띄는 것도 마인츠에서 열리는 라인 카니발과 유사한 풍경이다.

쾰른 카니발의 절정은 뭐니뭐니해도 장미의 월요일로 불리는 로젠몬탁(Rosenmontag). 이날은 도시의모든 상가가 문을 내리고 온 시민과 여행객들이 뒤엉킨 가운데 화려한 도심 퍼레이드가 벌어진다.

축제기간 최대의 인파가 모여든다. 쾰른의 대표적 관광명소인 쾰른 대성당도 이날만은 문을 걸어 잠근다. 성당 관리인 아저씨말이 "온 쾰른 시민이 술에 취해 있기 때문에 성당에서 난동이라도 부릴까봐서…"였다.

성당 주변은 구수한 장터로 변한다. 놀이동산이 설치되고 각종 먹을거리와 맥주 스탠드가 즐비하게 들어선다. 벌떼로 변장한 악대들이 성당앞 광장을 점령한채 신명나는 음악을 연주하고 구경꾼들도 저마다 분장을 한 채 축제 분위기에 젖어든다.

축제에 빠질 수 없는 게 술이다. 쾰른의 유명한 주점 프뤼(Fruh)에는 대낮인데도 전통 술인 '쾰슈'맥주에 거나하게 취한 사람들이 어깨동무를 한 채 '움빠 움빠 움빠빠'란 합창을 하고 있다.

게르만족 특유의 술집 풍경이다. 알뜰한 쾰른 사람들은 술값을 아끼기 위해 유모차에 맥주통을 싣고 다니며 마시기도 하지만, 축제 참가자들이 소비하는주류비용이 4천만 마르크(240억원 가량)에 달할 정도라니 얼마나 많은 술을 마셔대는지 알 만하다.

축제의 하이라이트인 로젠몬탁의 퍼레이드에서는 100만명 이상의 구경꾼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5시간 동안의 꽃수레와기마대.밴드.화려한 차량들의 행진으로 축제의 절정을 이룬다.

행렬은 쾰른 중앙역 근처에서 11시 11분에 시작돼 구시가지를 가로질러 루돌프 광장에 이른다. 시민들도 제각각 광대차림에서 신부 복장이나 인디언.바이킹.우주인 의상과 만화 및 영화 주인공들의 의상 등 온갖 기발한 치장을 하고행렬에 참여해 분위기를 고조시킨다. 도시 전체가 영화 촬영장의 세트같다. 관광객들은 마치 꿈나라에 온 느낌이다.

쾰른 축제에서는 왕자.농부.처녀로 구성된 '3인의 스타'가 선출되는 것도 특이하다.이들은 로코코 양식의 가운을 걸치고 프러시아 군복을 입은 근위병들의 호위를 받으며 주요 행사장에는 어김없이 모습을 나타내는데 축제를 사랑하는 시민들은 사육제의 왕자를 시장보다 더 부러워할 정도다.

쾰른 카니발에서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재의 수요일날 축제기간 동안의 방탕과 죄에 대한 희생양으로 누벨인형을 태우는 것이다. 누벨 태우기는 주술적이고 종교적 색채가 강한 의식이라기보다는 방탕과 일탈에서 일상생활로 돌아간다는 의미로 해석하는 게 옳다는게 현지 시민들의 설명이다.

질서와 규칙 그리고 절제에서 벗어나 디오니소스의 자유를 만끽하는 쾰른 카니발의 정취. 그 낭만을 잊지 못해서 세계인들은 또다시 쾰른을 찾게된다. 쾰른에서.

조향래기자 swordjo@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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