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록 많지는 않지만 힘들게 모은 돈인 만큼 뜻있게 쓰고 싶어요".
대구시 달서구 진천동 한 양로원(성노원)에서 생활하고 있는 박재경(86) 할머니는 지난 16일 한 사회단체(대구 칠성동에 있는 양친회)에 전재산 940만원을 기탁했다. 그동안 삯바느질, 뜨개질, 남의집 허드렛일로 1천원씩, 1만원씩 20여년 모은 돈이다.
"1천만원이 차면 장학금으로 내놓으려고 했지만 언제 숨을 거둘지 몰라 940만원을 먼저 내놓기로 했어요. 나머지는 죽기 전까지 꼭 채울 겁니다. 이 때문에 더 오래 살 수 있을 것 같아요".
20여년전 홀로 된 박 할머니는 수없는 고생 속에 영양실조로 병원 신세까지 진 끝에 지난해 7월 성노원에 들었다.
박 할머니는 대구에서 직조공장을 하던 부모 밑에서 제법 부유하게 자랐다. 하지만 신명여고 3학년까지 다니다 부모의 손에 끌려 한 결혼이 불행의 시작이었다.
자식을 낳지 못하자 친정아버지가 앞장서 이혼을 시켰고, 그 뒤 자식이 7명 딸린 집에 재가해 40년을 살다가 어려운 살림에 부담을 주기 싫다는 이유로 집을 나와 20여년을 홀로 지냈다.
"안 해 본 일이 없어요. 공부를 더 하지 못한 것에 대한 후회도 많이 했어요. 인생이 이렇게까지 꼬이게 될지는 정말 몰랐어요. 그렇지만 어렵게 모은 돈을 남에게 베풀 수 있어 얼마나 기쁜지 몰라요. 마지막이 좋으니 멋진 인생이었다고 생각해요".
양친회 정영애(56.여) 회장은 "평생을 단정하고 검소하게 살아오신 분이어서 '멋쟁이 할머니'로 불리고 있다"며 "할머니의 뜻을 기려 후학들의 교육을 위해 의미있게 사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호준기자 hoper@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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