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한미 정상회담 뒷얘기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일본방문까지만 해도 북한의 대량살상무기(WMD) 문제에 대해 "모든 대응방안을 검토할 것"이라는 강경입장을 견지하다가 20일 한미정상회담을 계기로 "북한을 침공할 의도가 없다"고 '전쟁배제' 입장으로 돌아서기까지는 김대중 대통령의 설득이 주효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김 대통령은 당초 예정된 확대정상회담을 취소하면서 약 90분간 진행된 부시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레이건, 닉슨 등 부시 대통령과 같은 공화당 출신의 역대 미국 대통령들의 대(對) 공산권 전략 사례에 빗대 북미간 대화의 필요성을 강조, 부시 대통령의 수긍을 이끌어냈다는 후문이다.

○…김 대통령은 회담에서 공화당 출신의 닉슨 대통령이 지난 70년대 중국과의 수교과정에서 공산주의자들을 전혀 신뢰하지 않았지만 직접 중국을 방문, 미중수교의 물꼬를 텄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북미대화의 필요성을 지적한 것으로 전해졌다.김 대통령은 또 레이건 대통령도 80년대 구 소련을 '악의 제국'이라고 비판하면서 공산진영에 대한 강경기조를 유지했지만 고르바초프와 대화를 진행시킨 점도 상기시켰다.

이에 대해 부시 대통령은 자신이 공화당 출신의 유명한 전직 대통령들과 비교되는 것에 흡족한 표정을 지으면서 경청하는 것 같았다고 회담에 배석했던 한 관계자가 전했다.

부시 대통령은 특히 공동기자회견에서 직접 김 대통령이 레이건 대통령의 사례를 든 점을 설명하기도 했다.

부시 대통령은 "김 대통령은 레이건 대통령이 러시아를 '악의 제국'이라고 표현했던 것을 상기시켰다"면서 "레이건 대통령이 그런 표현을 썼음에도 불구, 미국은 고르바초프와 대화를 계속 진행시켜 대화가 이뤄진 바 있다"고 말했다.

○…김 대통령과 부시 대통령은 회담에서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에 대한 개인적 언급은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부시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북한 정권이 주민들에게 애정을 보일 때까지 김정일 위원장에 대한 내 의견을 바꾸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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