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학년도 대입 전형이 많은 불만과 부작용을 낳은 채 끝이 났다. 한가지 특기나 한두 과목만 잘하면대학에 갈 수 있다는 정부 발표를 믿고 제대로 공부하지 않은 이해찬 1세대들은 예상 밖으로 어려운 수능문제에 충격을 받았다.
또한 수능 총점 석차가 공개되지 않아 자신의 상대적 위치를 알 수 없는 상태에서, 입시기관마다 서로 다른 배치기준표를 내놓는 바람에 혼란스러워진 많은 수험생들은 일단 합격하고 보자는 마음에서 하향지원을 하게 됐다.
그 결과 서울대를 비롯한 최상위권 대학의 경쟁률이 크게 떨어지고 일부 학과는 미달되는 사태가 발생했다.반면 재학생에 비해 좋은 점수를 받아 상위권 대학이나 인기학과에 소신지원한 재수생들은 최근 몇 년간 전례 없는좋은 성과를 거뒀다.
2002학년도 수험생 가운데 재수생은 18만5천여명으로 전체의 25.1%를 차지했으나 정시모집에서 상위권 대학의 재수생 합격률을 그 비율을 훨씬 웃돌았다. 서울대 37.7%, 고려대 37.3%, 연세대 47.4%, 이화여대 41.1% 등. 경북대 의예과의경우 정원 101명 가운데 수성구 지역에 있는 고교들이 평균 3명 안팎의 재학생 합격자를 낸 데 비해 한 학원 출신 재수생이무려 44명이나 합격했다.
지역의 다른 의예과나 치의예, 한의예, 약대 등도 재수생이 휩쓸었다.이렇게 되자 자신의 수능 성적이나 입시 결과에 승복하기 힘든 고3생들은 합격자 발표가 나기도 전에 재수학원으로 달려가 일찌감치 재수에 뛰어들었다. 그러나 재수를 일찍 시작한다고 성공 확률이 무조건 높아지는 것은 아니다.
남들이 한다고 무조건 재수 대열에 합류하는 것은 위험하기까지 하다. 입시 전문가들은 재수도 전략 없이 시작하면 실패할 확률이더 크다며 충분한 고려와 검토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시간 관리에 유념하라
시작은 적극적이고 활기차지만 시간이 갈수록 힘든 것이 재수 생활이다. 초반에는 고3 재학생보다 모의고사성적도 잘 나오지만 재학생보다 슬럼프에 빠질 가능성이 많다. 생활이 단조롭고 한 번 거친 과정을 다시 되풀이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대처할 수 있는 생활 태도를 초기부터 잡는 것이 중요하다. 공부할 때는 집중해서 몰두하고, 쉴 때는 푹 쉬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일부 재수생은 의욕이 너무 앞서 휴식 없이 공부만 한다.
이럴 경우 무미건조한 생활과 판에 박힌 일상 때문에 활력을 잃거나 만성피로에 빠지게 돼 공부를 해도 생산성이 없다. 여름철이 되면 슬럼프에 빠져 막판에 시험을 망치는 수험생들의 대부분이 이런 경우다.고교 때보다 상대적으로 시간이 많기 때문에 매일 적당한 운동을 하고, 잠은 하루 6시간 이상 자는 것이 좋다.
주말에는음악을 듣거나 독서를 하며 긴장을 풀어주고, 가벼운 산행을 하거나 영화를 보며 짧게라도 여가시간을 즐기면 활력을 유지하고집중력을 증가시키는 데 도움이 된다.
◇교과서를 다시 정리하라
한 번 틀린 부분은 자꾸 틀리기가 쉽고, 처음에 제대로 다지지 않은 단원은 계속해서 허술한 상태로 넘어가기가 쉽다.과목별로 오답노트나 취약 단원 정리 노트를 만들어 조금이라도 부족한 곳은 철저하게 다질 필요가 있다. 재수의 승패는 취약 단원을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교과서나 교과서적인 기본 개념을 무시하고 문제풀이에만 치중하는 재수생이 많다. 이런 학생은 모의고사 성적은 잘 나오지만 실제 시험에서 새로운 유형의 문제에 약한 경향이 있다. 만일 교과서를 처분해버렸다면 반드시 교과서를 다시 구입해야 한다.
◇반수는 비생산적이다.
최근 몇 년 동안 계속해서 수능시험이 쉽게 출제되자 처음부터 재수를 하지 않고 대학에서 한 학기를 마친 뒤재수에 뛰어드는 학생이 적잖다. 학원가에서 흔히 반수라고 불리는데, 2학기부터 재수학원에 다니거나 대학에 계속 다니면서 혼자 공부해 수능시험을 치는 학생들이다.
얼핏 보면 재수에 실패해도 다닐 수 있는 대학이 있어 안전해 보이지만 정작 재수에는 실패할 확률이 높다. 대학에 합격한 수험생이라면 향후 진로와 자신의 적성 등을 감안해 일찍 재수 여부를판단하는 것이 현명하다. 공연히 재수에 실패해 한 학기나 한 해를 까먹게 되면 대학 생활도 흔들리기 쉽다.
◇교차지원을 잘 활용하라
대부분의 재수생들은 작년 모의고사나 수능시험 등을 통해 자신의 취약 부분을 알고 있다. 많은 재수생들은 취약 부분을 고려해 계열을 바꾸기도 한다. 특히 의대를 진학하려는 자연계 학생 가운데 교차지원을 염두에 두고 인문계로바꾸는 경향이 두드러진다. 교차지원을 허용하지 않는 국립대나 일부 대학에 진학할 생각이 아니라면 계열을 바꾸는 것도 한 방법이 된다.
고3 교사들은 "경험에 비춰봤을 때 자연계에서 인문계로 바꾸는 학생은 별 문제가 없지만 인문계에서 자연계로 바꾸는 학생은 성공의 확률이 낮다"고 했다. 수학과 과학을 따라잡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2002학년도 입시에서 이공계 지원자가 급감하자 교육당국은 동일 계열 가산점 제도 등을 활용해 교차지원을 막도록대학측에 권장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바로 실행에 옮길 수 있는 대학은 그리 많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인문계 학생의 경우 인문계 공부를 계속하면서 교차지원을 노리고, 자연계 학생 중 수학과 과학이 약한 경우 최종 요강이 발표되면 계열 변경을 검토해볼 만 하다.
◇학부모 유의 사항
부모의 욕심 때문에 자녀에게 재수를 강요해서는 안 된다. 그런 마음이 있더라도 결정은 본인 스스로 하게 하는 게 바람직하다. 강요에 의한 재수는 슬럼프에 빠지거나 모의고사 성적이 제대로 나오지 않을 때 핑계를 대거나 원망을 하게 하는 빌미가 된다.
일단 재수하기로 결정했다면 생활 하나하나를 간섭하려 들지 말고 모든 생활을 본인 스스로 알아서 관리하게 하는 편이 좋다. 주변 사람들은 가능하면 수험생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 주도록 노력해야 한다.
글.김재경기자 kj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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