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춘양 눌산분교 교지 '꿈수레' 책 출간

"비록 어눌하지만 산골 어린이들의 소중한 꿈과 평생 잊지 못할 아름다운 날들에 대한 소박한 이야기가 담겨져 있습니다"

지난 21일 전교생이 11명인 봉화 춘양초교 눌산분교에서는 조촐하지만 뜻깊고 아름다운 출판기념회가 마련됐다.

1960년 개교 이후 첫 발간한 교지형태의 글모음집 '꿈수레'가 세상에 선뵈는 날이었다. 연필에 침을 발라가며 글을 썼던 11명의 어린이들은 글과 그림, 사진 등이 한 권의 책으로 엮여져 나오자 신기함을 감추지 못했다.

'꿈수레'는 몇 년전부터 봉화 춘양.법전면 등 20여개 초.중.고교생 30여명에게 장학금을 전달해 온 의사 방대희(40)씨가 500여만원의 출판비용 전액을 부담해 발간됐다.

지난해 어린이날 눌산분교생에게 손목시계 11개를 선물하면서 인연을 맺은 방씨는 김도훈(48) 분교장에게 아이들의 원고와 그림을 모아주면 책으로 발간해 주겠다고 제의했다.

개나리반(3.6학년), 진달래반(2.4학년), 무궁화반(1.5학년) 11명의 학생들은 동시.편지글.일기.독후감 등을 차곡차곡 모았고 방씨의 도움으로 처음 용인 에버랜드에 다녀왔던 잊지못할 추억들도 고사리 손을 통해 고스란히 글로 남겨졌다.

김도훈.김수현(33).권은도(29) 교사는 작품들을 모아 컴퓨터로 원고 정리를 하고 학교 행사때마다 찍은 사진은 스캐너로 재작업했다. 방씨는 책 내용을 담은 CD를 들고 직접 서울을 오가며 출판사와 삽화가를 찾아다녔다.

분교생과 교사, 그리고 농촌을 사랑하는 한 의사의 정성이 가득 담긴 '꿈수레'는 이렇게 해서 마침내 세상에 선보이게 됐다.

방씨는 판권을 봉화교육청에 넘기고 판매수익금 전액을 장학금으로 사용하기로 했다. 여정애(5년)양은 "내가 썼던 일기며 편지글이 책으로 묶여 나오다니 믿을 수 없어요"라며 즐거워했다.

"글이 매끄럽진 않지만 시골의 흙냄새와 때묻지 않은 동심이 그대로 드러나는, 순수한 어린이들의 세계를 그대로 보여주는 글이 오히려 더 좋지 않겠습니까?"김도훈 교사는 어린이들의 글을 전혀 고치지 않은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봉화.김진만기자 fact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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