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새영화-뮤턴트 에일리언

2001년 안시 애니메이션 영화제에서 그랑프리를 수상한 빌 플림튼의 성인용 장편 애니메이션 '뮤턴트 에일리언(Mutant Aliens)'이 22일 개봉된다.

빌 플림튼은 기괴하고 우스꽝스러운 발상으로 초현실적인 카툰을 보여준 '나는 이상한 사람과 결혼했다'로 전세계적인 주목을 받은 감독. 전작에서 보여준 엉뚱하고 삐딱한 발상을 이 영화에서 그대로 살리고, 폭력과 성적 농담, 조롱을 듬뿍 담아 정체불명의 '돌연변이 외계인'을 창조했다.

인간이 우주에 보낸 실험용 동물인 돌연변이 외계인들은 자신의 몸을 변형시키면서 어떤 힘을 가지게 된다. 그들이 힘을 가지고 돌아오자 권력자들은 기겁을 한다. 그러나 주인공 조시와 아이들은 그들의 힘을 아주 좋은, 아주 즐거운 일에 사용한다.

엽기적이라고 붙이면 딱 알맞은 빌 플림턴의 애니메이션은 인체의 눈, 코, 유방 등을 극도로 과장하고 왜곡시킨다거나, 툭툭 잘라버리는 광경이 단골메뉴. 감히 떠올릴 수 없는 이미지의 캐릭터들을 잠시도 쉴 틈 없이 역동적으로 움직여 관객들을 충격 속으로 몰아넣지만 오히려 앙징스럽다.

풍자와 위트도 여전히 일품. 조시의 아빠인 우주비행사 얼 젠슨이 죽을 때 프루바 박사는 '넌 부자가 될 수 있었는데' 라고 말한다. 그러자 얼 젠슨은 '당신은 사람이 될 수도 있었지'라고 답한다. 빌 플림턴의 모든 애니메이션은 그 간단한 대사를 이야기로 길게 늘인 것이다.

"기본적으로는 탐욕과 권력의 남용에 관한 것"이라는 빌 플림턴의 말처럼, 그의 애니메이션은 군부와 독점기업, 세속적인 욕망에 사로잡힌 추한 군상을 질타한다. "난 그저 권력의 남용을 희화화하고 싶을 뿐이다. 탐욕, 결탁, 관료사회 뭐 그런 것들…"이라고 태연하게 말하지만 빌 플림턴의 애니메이션은 강력하다. 시각적 충격에서 멈추는 게 아니라, 무엇인가를 곱씹어보게 한다.

무엇보다도 탐욕과 결탁한 관료주의를 조롱하고 그 오만한 권력에 복수한다는 스토리 전개는 이 영화를 단지 괴상한 영화로 치부할 수 없게 만드는 힘이다.

2001년 베를린 영화제, 선댄스 영화제에 초청됐고 지난해 서울 국제애니메이션 영화제에서 상영돼 관객들의 높은 호응 속에 감독상을 수상했다. 18세.

배홍락기자 bhr222@imaeil.com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