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정치란 어떤 것인가. 공자는 이에 대해 '식량을 풍족하게 하고 군비를 튼튼히 하고 백성이 믿고 따르게 하는 정치'라고 간단명료하게 답하고 있다.
다시 말해 경제가 잘 돌아가고 확실한 국가안보(安保)에, 신의있는 정치까지 곁들이면 그 나라는 흥성한다는 말이고 보면 2천500여년이 지난 지금 들어도 낯설지 않다. 역시 공자는 인간의 삶과 정치를 꿰뚫어 본다는 측면에서 탁월하다.
▲만약 여의치 않아 경제, 안보, 신의 있는 정치의 세가지중 한가지씩 차례로 버려야 될 때는? 공자는 이에 대해 경제를 버리고 군대(軍隊)는 버릴지언정 치자(治者)인 정치지도자와 피치자(被治者)인 백성간의 믿음만은 버려서는 안된다고 했다.
지도자에 대한 믿음이 무너진다는 것이야말로 국가 조직의 근간이 무너진다는 것이다. 그래서 공자는 '믿음의 정치'로 백성을 결속시키는 것을 무엇보다 중요한 정치의 요체로 이해했던 것이다.
▲요즘 미국 솔트레이크 시티에서 말썽을 빚고 있는 미국의 금메달 '독식(獨食)작전'도 따지고 보면 어떻게 해서든 미국민의 애국심을 고취시키기 위한 카우보이식의 서투른 애국주의에서 비롯된 것이란 설명에 고개가 끄떡여진다.
9·11 뉴욕테러 이후 풀 죽어 상심하는 국민들에게 사기를 북돋우고 성조깃발아래 결속시키기 위해서는 전세계인의 눈총을 받더라도 금메달 탈취 작업(?)을 강행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는 것인가.
▲아마 모르긴 몰라도 세계의 대형(大兄)치고는 좀스럽단 생각도 든다. 그렇지만 일본이 국민 단합을 위해 역사를 왜곡 조작하는 것이라든지, 미국이 이번에 보인 억지 애국주의라든지 아무튼 국민결속을 위해서라면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는 저들의 무리수를 보면서 과연 국민 단합이 그토록 소중한 것인지, 정치란 과연 무엇인지 다시 한번 되돌아 보게도 된다. 이런 느낌은 우리정치를 돌아보면 더욱 명백해 진다.
▲국가적 난제가 산적한 지금같은 때에 우리 정치는 벌써 6일째 파행이다. 노동계가 파업할 태세인데다 남북관계를 둘러싸고 남남 관계갈등이 심화되고 있는 판 아닌가.
건강보험 재정 악화 등 민생문제가 악화돼 있고 테러방지법안, 선거법 개정안 등 계류 법안이 산적해 있는 판에 여야가 상대방 말 꼬리만 물고 늘어져 걸핏하면 국회 문을 닫아버리니 이런 국회를 차라리 영원히 구조 조정으로 퇴출시키는 게 어떨까싶기조차 하다.
남의 나라는 억지 조작 하면서까지 국민에게 믿음을 주고 한 묶음으로 결속시키려 혈안인 판에….여야 정치인들은 신의의 정치를 강조한 공자의 옛말씀을 한번쯤 되씹을 필요가 있지 않을까.
김찬석 논설위원
댓글 많은 뉴스
안동시민들 절박한 외침 "지역이 사라진다! 역사속으로 없어진다!"
12년 간 가능했던 언어치료사 시험 불가 대법 판결…사이버대 학생들 어떡하나
홍준표 "TK 행정통합 주민투표 요구…방해에 불과"
원희룡 "대통령 집무실 이전, 내가 최초로 제안"…민주당 주장 반박
한동훈 "尹 대통령 사과, 중요한 것은 속도감 있는 실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