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대통령이 25일로 집권 4주년을 맞았다. 김 대통령은 헌정사상 최초의 수평적 정권교체와 최단기간내 IMF관리체제 졸업이라는 뚜렷한 업적을 남겼지만 집권 4년을 맞는 지금 김 대통령의 표정에는 자신감과 패기는 찾아볼 수 없다.
김 대통령은 24일 "여러 문제가 있었지만 경제에 대해서는 세계에서 우등생 소리를 듣는다"며 "지식기반 국가의 기초를 닦고 남북문제의 평화적 해결의 기틀을 마련했으며 민주적 민주주의와 자유를 정착시켰다"고 국민의 정부 4년을 자평했다.그러나 이같은 평가는 여론의 메아리를 얻지 못하고 있다.
각종 게이트와 측근들의 수뢰의혹, 좁은 인재풀을 벗어나지 못하는 인사정책, 독선적으로 추진된 각종 개혁과 뒤이은 시행착오, 열매를 맺지 못하고 있는 햇볕정책과 그 부산물인 남남갈등 등은 김 대통령에 대한 평가의 저울추를 공(功)이 아니라 과(過)쪽으로 기울게 하고 있다.
우선 국민의 정부 3년을 넘기면서 고개를 들기 시작한 각종 게이트는 청와대에 이어 이제는 김 대통령이 퇴임 후 둥지를 틀 아태재단으로 확대되면서 김 대통령의 후반기 국정운영을 위협하고 있다. 부패척결을 외쳐온 김 대통령으로서는 무엇보다 곤혹스런 상황이다.
인사정책에 대한 국민들의 실망 역시 김 대통령의 깨끗한 구호에 대한 실망 못지 않다. 특정지역 편중을 시정하겠다며 추진한 인사는 탕평이 아니라 다른 지역으로의 편중으로 대체됐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다.
최근 민주당 경선주자의 한 사람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지난 3년 열심히 개혁을 했으나 어느날 돌아보니 우리가 (국민들에게) 포위되어 있더라"고 고백했다.
개혁정책은 우리가 21세기 선진국으로 진입하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할 고통이었지만 추진 세력의 독선과 준비부족으로 시행착오를 거듭했고 결과적으로 정부정책의 혼란만 야기시켰다는 것은 이른바 '개혁저항세력'만의 비판이 아님을 인정한 것이다.
햇볕정책에 대해서도 김정일 위원장의 답방이란 결실을 내지 못한 채 '북한 퍼주기'라는 비판에 직면해 있고 그 과정에서 남남 갈등의 수위를 높이면서 국론분열의 우려까지 낳고 있음을 솔직히 인정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따라서 김 대통령은 앞으로 남은 1년 동안 이같은 평가들을 겸허히 받아들이면서 이룩한 성과들을 가리고 있는 문제점들을 해결해야 하는 무거운 과제를 안게 됐다. 하지만 이처럼 버거운 일들을 잘 마무리하기에는 남은 1년이 너무 짧아 보인다.
정경훈기자 jgh0316@imaeil.com
댓글 많은 뉴스
12년 간 가능했던 언어치료사 시험 불가 대법 판결…사이버대 학생들 어떡하나
[속보] 윤 대통령 "모든 게 제 불찰, 진심 어린 사과"
한동훈 "이재명 혐의 잡스럽지만, 영향 크다…생중계해야"
홍준표 "TK 행정통합 주민투표 요구…방해에 불과"
안동시민들 절박한 외침 "지역이 사라진다! 역사속으로 없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