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먹과 춤.음악의 아름다운 만남

먹과 춤, 음악이 한자리에서 만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서예가 율산 리홍재(46)가 3월 한달동안 대구 밀리오레에서 엄청난 규모의 개인전 '타묵(打墨)'을 열기로 해 관심을 끈다.

먼저 그는 1일 오후 4시 밀리오레 야외무대에서 길이 40m, 폭 5m의 광목 위에서 신들린 듯한 '서예 퍼포먼스'를 펼친다.

붉은색과 파란색 먹을 뒤집어 쓴 3명의 무용수가 등장, 격렬하게 춤을 추는 가운데 이씨는 큰 붓을 들고 광목에 '대한독립만세(大韓獨立萬歲)'라는 큰 글씨를 휘갈긴다. 3.1절의 의미를 되새기는 내용이다.

"서예가 단순히 정적인 예술이라는 대중들의 고정관념을 깨고 싶었습니다. 내면에 잠재된 열정을 외부로 분출하는 과정을 보여줄 생각입니다". 그는 기인(奇人)마냥 시끌벅적하게 개인전을 여는 이유에 대해 '서예의 대중화를 위해서'라고 여러차례 강조했다.

리씨는 2년전 불탄일을 기념해 안동 봉정사에서 서예 퍼포먼스를 펼친 것을 비롯, 지금까지 8차례의 퍼포먼스를 가진 바 있다. 자그마한 몸집의 그가 10㎏ 가까운 대필을 들고 이리 저리 뛰어다니며 신들린 듯 글씨를 쓰는 장면은 경이롭기까지 하다.

또 그는 8층 전시장으로 옮겨 판소리공연, 동영상 상영 등을 하면서 작품을 감상하는 자리를 갖는다. 그는 개인전에 모두 200여점의 작품을 내놓는다. 한문 6체뿐만 아니라 한글, 문인화 등의 작품도 눈에 띈다. 힘이 넘치면서도 뛰어난 조형미를 보여주는 게 특징. 그 중 상형문자인 한문을 응용한 '얼굴 문인화' 20여점이 눈에 띄는데, 대부분 평범한 여성의 얼굴이라는 점이 흥미롭다.

그는 술에 취해 글을 쓰길 즐긴다. 이번 전시회에 나오는 작품의 80, 90%가 취필(醉筆)이라고 했다. "술에 어느 정도 취하면 제자신의 욕심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마음을 비우면 더 좋은 작품이 나오는 것 같아요". 얼핏 그럴 듯하다는 생각이 들지만, 후학들에게 권할 만한 방법은 아닌 듯했다.

그는 매주 일요일 오후 4시 서예퍼포먼스를 펼치면서 행인들을 상대로 서예의 '힘'을 보여줄 계획이다. "올해 서울에서 대규모 서예 퍼포먼스를 펼친후 미국, 일본, 유럽 등 전세계를 돌며 서예의 진수를 보여줄 겁니다"

박병선기자 lala@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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