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희(영희유치원 원장)씨는 지난 한 해 일본 오타니(大谷)여자대학교 유아교육학과 연구원으로 일본 오사카(大阪)에 체류하면서 2가지 부러운 체험을 했다.
일본의 초.중학교에는 '국제 교류시간'이라는 수업이 있어 일본 아이들은 세계 각국의 전통, 복장, 음식, 놀이, 노래 등을 배울 수 있고 자연스럽게 세계시민으로 성장한다는 것이었다.
오사카의 돈다바야(富田林)시 중학교와 초등학교, 가와치나가노(河內長野市) 중학교와 초등학교에서 한국문화를 강의하면서 알게된 사실이었다"아직 나이 어린 초.중등학생이었지만 아이들은 모두 제대로 된 한국말 인사와 노래 한두 곡쯤은 알고 있더군요. 참 부러웠어요".
강의를 위해 밤새워 자료용 슬라이드를 준비하고, 우리나라 동요에 일본어로 꼼꼼하게 발음을 달았다. 소녀시절 배웠던 율동을 다시 기억해내 연습도 했다. 충분히 연습이 됐다 싶으면 일본인 교사들을 먼저 가르치고, 그들과 함께 학생들을 가르쳤다.
한국 어린이들이 즐기는 손 유희(속칭 '쌔쌔쌔')라는 설명까지 덧붙였다. 한국을 알리겠다는 욕심에 열심히 가르쳤지만 우리나라 아이들은 어째서 이런 기회를 갖지 못할까 싶은 마음에 우울해지기 일쑤였다.
일본 젊은이들이 매운 한국김치와 바삭바삭하고 얇은 한국 김을 무척 좋아해 한국에 올 때마다 오버차지를 부담하면서 김치와 김을 잔뜩 갖다 날랐다. 한국을 알릴 수 있는 좋은 기회였기 때문이다.
답례를 바라고 한 일은 아니지만 그가 가르쳤던 일본의 학생들은 수백 통의 감사 편지와 그림, 사진 등을 보내왔다.
박 원장이 정작 부러웠던 것은 아이들이 보내온 편지가 아니라 자연스럽게 외국인을 만나고 세계문화를 배울 수 있는 일본의 교과목이었다. 최근들어 일본의 아이들은 마늘과 고춧가루가 듬뿍 들어간 매운 한국김치를 무척 좋아한다.
그러나 우리는 아직 일본인들이 마늘을 지독하게 싫어한다고 알고 있다. 우리 아이들은 텔레비전을 통해 일본 총리의 얼굴을 알고 연예인의 쇼에 열광하지만 정작 그들의 생활에 대해 아는 건 없다.
박 원장이 또 하나 부러웠던 것은 일본 곳곳에 개설된 무료 일본어 교실. 각 지역 주민들이 주축이 돼 자원봉사 형식으로 외국인에게 일본어를 가르치고 있었다. 일본을 알리는데 일본어만큼 효과적인 것도 드물기 때문이다.
전혀 일본어를 몰랐던 박 원장 자신도 그 수업을 통해 짧은 기간에 큰 성과를 거두었다고 덧붙인다."공동 월드컵이 100일도 남지 않았는데 우리는 월드컵 D-100, D-99, D-98…이라고 요란하게 외치면서 정작 세계인으로서의 소양은 별로 갖추지 못한 것 같아요.
일본인들이 오래 전부터 소리없이 준비해온 것과 대조가 돼요". 박씨는 우리도 1년에 한두 번이라도 초.중등학교 수업에 '국제교류' 과정을 넣었으면 좋겠다고 제안한다.
여전히 '일본인은 마늘 냄새를 지독하게 싫어한다'고 우기는 한국인이 '쌔쌔쌔' 손놀이를 할 줄 알고 '푸른 하늘 은하수 하얀 쪽배에…'로 시작하는 '반달'과 '고향의 봄'을 부를 줄 아는 일본인을 이기기는 힘들어 보인다고 그는 덧붙인다. 조두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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