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나의제언-미국식 영어교육 '득보다 실'

초등학교 교사로 재직중이다. 요즘 학원가에 미국식 영어교육이 유행하고 있다. 한번은 대구시내 모학원이 미국식 영어교육을 한다며 학부모들을 초청해 들렀다.

학원 강사는 자연스럽게 "Which fractions is equivalent to six eights(보기 중 6/8과 같은 분수는)"하고 묻자 한 학원생이 "Three fourth(3/4)요"라고 대답했다. 영어학원의 수업시간에 외국인 교사는 영어를 매개로 산수를 가르치고 10명도 채 안되는 학생들은 영어로 정답을 말했다.

4학년 사회 과목에는 미국 각 주의 주도(州都), 특산물 등이 그림과 함께 비중있게 설명되고 5학년 과학 과목에는 camouflage(위장), germination(발아) 등 대학생도 어려워할 만한 자연과학 어휘들이 나왔다. 이것은 미국 공립학교의 과목별 교과서를 교재로 가르치는 이른바 '미국 교과서 학원'이라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강사들은 "아이들을 언제까지 한국에만 묶어놔 우물안 개구리로 키울거냐"며 앞으로 SSAT(미국고입적성시험), SAT(미국대입수능시험) 등에 체계적으로 대비할 수 있는 미국 교과서를 배워야 한다고 부추겼다.

그러나 이같이 철저한 미국식 교육은 아이들에게 정체성 혼란을 줄 것이 틀림없다. 아이들이 세종대왕은 제대로 모르면서 미국 독립전쟁은 먼저 알게될까 두렵다.

방학기(대구시 삼덕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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