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미공단에서 산업연수생으로 취업중인 중국인 ㅇ씨(32·여)는 최근 한국인 작업반장으로부터 '시키는 대로 일을 고분고분 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2주 진단의 폭행을 당했다. 한국말을 잘 알아듣지 못한 것이 화근이었다.
한푼이라도 벌기 위해 고향을 떠나온 것만도 서러운데 폭행까지 당하자 분을 삭이지 못한 ㅇ씨는 노동부사무소를 찾았다. 하지만 이곳 직원들도 ㅇ씨의 말을 제대로 알아듣지 못하고 결국 사건은 유야무야 돼 버렸다.
현재 구미공단에 취업중인 외국인 근로자는 남자 1천994명, 여자 2천211명 등 4천205명. 지난 1998년 4천명을 넘어선 이후 최대치를 보이고 있다.
국적별로는 중국 1천617명, 인도네시아 888명, 베트남 824명, 필리핀 304명, 미국 73명, 우즈베키스탄 59명, 방글라데시 53명, 캐다다 46명, 네팔 37명 순. 이들 대부분이 생산현장에서 산업연수생으로 근무하고 있다.
이처럼 외국인 근로자들의 국적이 동남아·러시아·아랍권으로 다양화되고 있으나 관리부서인 시청과 노동부사무소, 경찰서에는 이들의 말을 통역해줄 행정 시스템이 제대로 확보되지 못해 인권보호에 위협을 받고 있다.
구미 가톨릭 근로자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외국인 근로자들이 인권을 침해 당했다고 신고한 사례만 457건에 달했다. 임금체불 263건, 최저임금 미적용 30건, 수당 및 퇴직금 미지급 20건, 외출통제 및 산재보험 각 13건, 폭행 4건 등.
그러나 노동부 사무소의 경우 '외국인 근로자 권익보호' 차원에서 외국인 근로자를 전담하는 근로감독관이 지정되어 있지만 외국어 실력이 못 미쳐 이들 외국인 근로자들과의 직접적인 의사 소통이 어려운 상황이다.
구미시청 역시 주로 국제통상 업무를 다루는 영어·일어·중국어의 전문 통역사를 두고 있을뿐 나머지 국가의 외국인 근로자들에 대해서는 전혀 손을 쓰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또 경찰도 외국인 근로자가 4천여명이나 되는데 반해 이들과 관련된 각종 형사사건을 전담하는 구미경찰서의 외사계 직원이 고작 4명에 불과한데다 그나마도 이들중 외국어를 잘 할 수 있는 경찰관은 한명도 없다.
때문에 외국인 근로자 관련 사건이 발생하면 외국어 교사나 학원강사를 불러야 하는 형편이다.
경찰 관계자는 "형사사건의 경우 단어 하나로 유·무죄 여부가 달라진다"며 "일어·영어를 제외한 아랍·러시아·동남아권은 말을 제대로 알아들을 수 없어 답답할때가 한두번이 아니다"고 말했다.
구미 가톨릭 근로자센터 모경순 사무처장은 "구미공단에 4천명이 넘는 외국인근로자들이 들어와 있는 만큼 이들과의 언어 소통을 위한 장치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구미·김성우기자 swkim@imaeil.com
댓글 많은 뉴스
[단독] 경주에 근무했던 일부 기관장들 경주신라CC에서 부킹·그린피 '특혜 라운딩'
최재해 감사원장 탄핵소추 전원일치 기각…즉시 업무 복귀
"TK신공항, 전북 전주에 밀렸다"…국토위 파행, 여야 대치에 '영호남' 소환
헌재, 감사원장·검사 탄핵 '전원일치' 기각…尹 사건 가늠자 될까
'탄핵안 줄기각'에 민주 "예상 못했다…인용 가능성 높게 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