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일 한국은행 대구.경북본부 화폐교환창구. 허름한 차림의 60대 남자 두 사람이 찾아와 검은 비닐봉지를 내놨다.
봉지 안에는 만원권 지폐 70여장이 갈기갈기 찢어져 거의 돈의 형체를 알아보기 힘든 상태로 들어 있었다. 교환을 요청하기 위해 찾아온 사람의 정신장애인(3급) 부인이 돈인줄 모르고 그렇게 한 것을 남편과 그 친구가 쓸어 담아 온 것.
일정한 직업없이 공공근로 사업을 하는 남편이 힘들게 모은 돈이라는 사실을 안 한국은행 직원들의 '세상에서 가장 힘든 퍼즐 맞추기'는 그때부터 시작됐다.
하대성 과장을 비롯한 9명의 발권과 직원과 옆 부서에서 자원한 사람 등 15, 16명의 직원들은 찢어진 돈 조각을 하나 하나 찾아 나갔다. 만원권이 1장씩 각기 다른 모양으로 찢어져 매장당 20여조각씩 총 1천400여조각이 뒤섞여 있었기 때문에 첫날은 한 장도 제대로 맞추지 못한 채 흘러가 버렸다.
한 조각도 흘리지 않고 갖고 온 덕분에 둘째날부터는 작업에 조금씩 진척이 있었다. 발권번호와 한글기본호를 조합하고 세종대왕 얼굴과 한국은행총재 직인 등 식별이 가능한 것을 중심으로 찢어진 부위를 하나하나 대조하는 식이었다.
한 조각이라도 잘못 맞추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되는 어려운 작업이었다. 그렇게 하기를 꼬박 사흘. 드디어 전액 73장, 반액 1장이 완전히 맞춰졌다. 한국은행은 이를 소손권으로 처리하고 73만5천원을 돌려줬다.
하 과장은 "고의적으로 돈을 훼손하면 완전한 돈의 형태로 맞춰 오기 전에 교환이 불가능하지만 이분들은 정상이 참작돼 직원들이 나섰다"며 "돈주인인 당사자 부부가 모두 장애인으로 임대아파트에 사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힘들었지만 보람있는 일을 한 것 같다"고 말했다.
최정암기자 jeongam@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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