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문화토크-'저양촉번' 교훈 모르는 미국

역경(易經)에 저양촉번( 羊觸藩)이라는 말이 있다. 숫양이 혈기만 믿고 울타리를 들이받다가 뿔이 걸려 꼼짝달싹 못하게 된 것을 뜻하는 한자성어이다. 만용은 낭패를 부르기 마련인 법.

힘만 앞세운채 달려들었다가 나아가지도 물러서지도 못한채 궁지에 빠진다는 세상이치를 숫양에 비유해 간파한 이 문구에서 요즘 미국과 부시 행정부의 오만을 떠올려 본다.

이라크.이란과 함께 북한을 '악의 축'으로 규정하고 여차하면 아프간에 퍼부었던 폭격을 재현하겠다고 위협하더니, 동계올림픽에서는 스스로가 '편파.왜곡의 축'이 되어 금메달까지 강탈한 그들이다.

툭하면 남의 땅을 초토화시키겠다고 협박을 하며 남의 나라 살림을 두고 이러쿵 저러쿵 망발이 심하다. 동물의 왕국에서 보는 정글의 법칙이 무색할 지경이다. 천수경을 비롯한 불경에서는 악업(惡業) 중에서도 가장 큰 죄악이 살생이며, 남에게 겁을 주는 거친말이나 남을 이간하는 말을 무거운 업보으로 여기고 있다.

우리 국민들이 미국을 보는 시선도 이제 엄청나게 바뀌었음을 아는지 모르겠다. 부시 대통령이 한물간 전투기를 팔아먹기 위해 한반도에 공포 분위기를 조성했다는 것쯤은 삼척동자도 다 안다.

최근 어느 방송사가 시행한 여론조사에서 90%에 가까운 국민이 미국의 북한 공격에 반대했으며, 동계올림픽 충격 후에는 미국과 일본팀의 대결에서 차라리 일본을 응원하겠다는 네티즌들의 반미감정이 들끓었다.

미국의 진정한 힘은 자유와 평등과 민주적 가치를 소중하게 여기는 문화가 있다는 믿음에 있었다. 그러나 미국은 평화와 화해의 제전인 올림픽에서조차 물리적 힘만을 앞세웠다. 어디에서 또 '저양촉번'을 되풀이할지 안타깝다. 그들이 더 이상의 악업을 짓지 않기위해 '평상심'을 되찾았으면 한다. 불교의 '무상'(無相)이 무슨 의미인지 알았으면 좋으련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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