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표 방지 및 보안을 위한 '입장권 실명제'가 2002 월드컵에 처음 도입되면서 입장권을 구입한 사람들의 피해가 현실화되고 있다.
본인 한 사람 이름으로 두장 이상의 입장권을 구입한 경우 명의변경 사유가 극히 제한돼 사실상 양도가 불가능한데다 환불조차 안되기 때문에 구입자들의 항의가 빗발치고 있다.
FIFA(국제축구연맹)는 지난 98년 프랑스 월드컵 당시 암표가 극성을 부리자 이를 막고, 경기장 보안을 확보한다는 명목으로 이번 대회부터 입장권 실명제를 도입했다. 이에 따라 FIFA는 입장권 구입 신청자들에게 우선 구입확인서만 나눠준 뒤 오는 5월 초 입장권과 바꿔 줄 예정이다.
FIFA는 또 입장권 교환시 신분증 지참을 의무화, 구입확인서에 명시된 사람과 수령자가 동일인임이 확인돼야 입장권을 교부해 주고 경기 당일에는 신분대조작업을 실시, 입장권에 기록된 이름과 신원이 일치하지 않으면 경기장 출입을 통제한다.
또 FIFA는 입장권 명의변경이 가능한 경우를 사망, 이민, 유학·어학연수, 군입대, 70세 이상 노령으로 거동불편 등 6가지 항목으로 제한, 가족단위 관전 및 바이어접대를 위해 본인 한 사람 이름으로 입장권을 대량 구입한 사람들의 피해가 불가피하게 됐다. 이는 FIFA 규정에 따라 입장권을 다른 사람에게 양도하기 힘든데다 환불마저 어렵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지난 달말부터 시작된 입장권 명의변경기간을 맞아 월드컵조직위 인터넷 홈페이지에는 항의가 쇄도하는 등 입장권 구입자들이 크게 반발하고 있다.
'축구없인 못살아'라는 한 네티즌은 "가족관전을 위해 지난해 본인 이름으로 4장을 구입했지만 가족에게조차 명의변경이 불가능, 나머지 3장은 찢어 버려야할 상황"이라며 "암표가 문제라면 가족들에게는 양도가 가능할 수 있게 하는 등 명의변경 사유를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조직위 관계자가 'FIFA규정상 환불마저 불가능하다'고 했다"며 "어렵게 구입한 입장권이 무용지물이 된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아프다"고 말했다.
중국 바이어 접대를 위해 지난해 100만원을 들여 2등석 10장을 구입한 다른 네티즌도 "본인만 들어갈 수 있도록 입장권 실명제를 도입한 취지를 이해할 수 없다"며 "이렇게 중요한 사항을 입장권 구입자들에게 제대로 알리지 않은 조직위에도 문제가 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경기장에 들어가지도 못할 표들을 어떡할까' 매일 고민한다는 네티즌은 "암표방지를 위해 실명제를 도입했다고 하지만 경매사이트에선 입장권이 100만~150만원선에 거래되는 실정"이라며 "규정을 어기더라도 입장권을 팔고 싶은 심정"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인터넷 경매사이트마다 암표판매가 극성을 부려 입장권 실명제를 모른채 뒤늦게 입장권을 고가에 산 사람들의 피해마저 우려되고 있다. 이에 따라 월드컵조직위는 경찰에 암표상 단속을 의뢰, 경찰 사이버수사대가 지난달 말 국내 경매사이트에 월드컵 입장권 게시물을 삭제토록 요청했다.
월드컵 조직위 한 관계자는 "FIFA가 암표 방지를 위해 도입한 실명제가 부작용을 초래할 지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며 "입장권 구입자들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상준기자 all4you@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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