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새 학기가 시작됐다. 이 시기 신입생이 들어오고 학년이 바뀌는 학교는 크고 작은 변화에 활기로 가득차게 마련. 학생들도 새로운 포부와 꿈을 갖고 힘차게 발걸음을 내딛는다. 특히 대학입시를 앞둔 3학년생들로서는올 한해를 어떻게 보내느냐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에 비장함마저 감돈다.
그러나 한해가 끝나는 시점에서 돌아보게 되면 각자가 이룬 성취는 저마다 다르다. 시작은 비슷하다 해도 어떤 과정을 거치느냐에 따라 결과에서 큰 차이를 보이게 된다. 고3생들에겐 한해의 과정이 꽉 짜인 시간표처럼자기 의지와 관계 없이 빡빡하게 돌아가는듯도 보이지만, 주어진 상황에 어떻게 대처하느냐가 결과를 판가름하게 된다.
고3 생활은 마라톤 레이스와 마찬가지로 긴 거리를 달리는 동안 피로가 몰려와 슬럼프를 겪기도 하고, 작은일들에 피로해지기도 하며, 지쳤다 싶을 때 의외의 활력이 솟기도 한다. 이같은 긴 레이스를 흔들림 없이 완주하기 위해서는 마라토너들이 코스 공략 계획을 세우듯 학년초에 한해의 기본 전략을 세운 뒤, 올바른 생활 방법과 공부 태도를 다져두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래야만 위기가 닥치거나 슬럼프가 왔을 때 빠르게 원래의 리듬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예습 위주의 학습
아직도 많은 학생과 학부모들이 학교에서 배운 내용을 복습하는 것이 제대로 하는 공부라고 생각한다. 수능 체제가 도입되기 전까지만 해도 복습 위주의 학습은 그런대로 효과가 있었다. 전후 맥락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했더라도 단편적인 지식을 무조건 암기하기만 하면 맞출 수 있는 문제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수능시험에서는 기본 개념과 원리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추리력, 상상력 등과 같은 고차원적인 사고력을 발휘해야 해결할 수 있는 문제들이 많다. 단편적인 지식보다는 단원간.교과간 통합 문제가 많고, 기본 원리를 변형시킨 응용 문제가 많기 때문이다. 이런 수능시험에 대처하는 최선의 방법은 예습 위주의 학습 태도를 확립하는 것이다.
예습이란 내일 배울 내용을 미리 다 알도록 공부하는 것이 아니다. 앞으로 배울 내용을 미리 읽어보고 자기가 잘 모르는 부분에 밑줄을 치는 작업, 다시말해 내일 배울 내용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 과정이다. 문제를 제기해본 뒤 수업에참여하면 집중력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미리 읽어보고 고민해 보았기 때문에 아무 준비 없이 수업에 참여하는 경우보다 배운 내용을 더 오래 기억할 수 있다. 또한 교사의 설명을 듣기 전에 스스로 해결해 보려고 노력하기 때문에 독립심이 길러지고 낯선 유형에 적극적으로 대처할 수가 있다.
예습은 결코 어려운 일이 아니다. 익숙하지 않은 학생이라면 과목당 5분씩만 미리 읽어보고 수업에 참여하도록 해 보자. 하루30분에서 1시간 정도면 전과목 예습을 할 수 있다. 처음엔 느끼기 힘들겠지만 3개월이나 6개월쯤 지난 뒤 자신의 성취도를따져보면 기대 이상의 효과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수능 고득점의 길 역시 예습 위주의 학습에서 출발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충분한 수면과 휴식
입시 격언에 4당5락이라는 말이 있다. 4시간 자면 합격하고 5시간 자면 떨어진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보다 더 허무맹랑한말은 없다는 게 입시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얘기다. 개인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필요한 만큼은 자야 낮 시간에 지장이 없다.
물론 이른 등교, 야간 자율학습이나 학원 수강 등으로 인해 잠을 잘 수 있는 절대적인 시간이 부족할 수 있다. 그렇다고 해도 보통의고3생이라면 하루 평균 6시간 이상 자야 한다. 밤에 자지 않고 낮에 조는 것 만큼 어리석은 짓은 없다. 학년초부터 낮 시간에 집중해서 공부하고 밤에 푹 쉬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주말 한나절 정도는 잠을 자거나 음악, 영화, 컴퓨터, 운동 등을 통해 스트레스를 풀고 활력을 잃지 않도록 조절해야 한다.생활이 즐겁지 않으면 일이든 공부든 생산성이 없다. 수면 부족은 생활을 짜증스럽게 하고 학습의 생산성을 저하시켜 결국엔 무기력증,의욕 상실증, 두통 등과 같은 고3병으로 발전하게 된다.
◇학습계획
새 학기가 되면 누구든 의욕이 넘친다. 그러나 너무 욕심을 내 실천 불가능한 계획을 세워놓고 무리를 하다가 결국 며칠 안 가서 포기하는 학생이 적잖다. 마지막에 좋은 결과를 얻으려면 실천 가능한 계획을 세워 반드시 달성하는 생활 습관을 학년초에 확립해야 한다.
성취감은 피로를 잊게 하며 자신감의 원천이 된다. 입시전략은 한해를 겨냥해 짜야 하겠지만 학습계획은 1주일 단위로 짧게 세우는 것이 좋다. 주말에는 스스로 성취 정도를 평가해 실천하지 못한 부분을 보충하고, 제대로 해냈다면 스스로에게 상을 주는 기분으로 푹 쉬면 생활이 즐겁고 활력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학원수강, 학습지
대부분의 고교가 야간 자율학습을 하기 때문에 고3 때는 평일에 학원에 나가기가 상당히 어렵다. 일부 학원에서는 밤 11시 전후에시작해서 자정이 지나서 마치는 강좌도 개설하고 있다.
그러나 대다수 고3 담당 교사들은 이런 늦은 시간의 학원 수강은 학습 효과가 거의없고 종국에는 만성피로에 빠지게 해 오히려 역효과를 가져오기 십상이라고 말한다.
부족한 과목이 있다면 토.일요일을 활용하는 것이 좋다.고3의 경우는 가급적 모든 것을 학교에서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새 학기에 학생들의 시선을 가장 끄는 것이 각종 학습지 광고다. 상당수 수험생들이 아무 생각 없이 고액의 학습지를신청하지만 대부분은 매주 나오는 학습지를 다 풀지 못한다.
실력을 다지기 위해 받는 학습지가 오히려 학습 의욕을 떨어뜨리고 결국엔 돈만 낭비하는 셈이 되기 쉬운 것. 가급적 신청하지 않는 것이 좋으며, 꼭 필요하다고 생각되면 담임이나 교과 담당 교사와 상의한 뒤 결정하는 것이 좋다.
글.김재경기자 kjk@imaeil.com
도움말.일신학원 진학지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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