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金근태 告白, 정치 自淨 계기로

민주당 김근태(金槿泰) 상임고문이 지난 2000년8월 전당대회 당시 2억원대의 불법 선거자금을 썼다는 고백은 충격적이다. 지금까지 정치자금을 둘러싼 시비가 여야간에 끊이지 않았지만 김 고문 같은 여당 중진 의원이 양심 고백을 한 것은 처음이다. 게다가 여당의 대선후보 경선전을 눈 앞에 둔 시점까지 감안할 때 그 파장이 적지 않을 것은 누구나 짐작할 수 있다.

김 고문으로서는 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로서의 클린 이미지를 부각시키고 경선전이 돈과 조직 대결로 치닫는 것을 막기 위한 고육책으로 '고백'이란 거사(?)를 감행했을 것이다. 정치적 시각에 따라서는 쇼로도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들의 시각이야 어떻든 기왕에 불법 자금이 거론된 만큼 차제에 이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해법을 찾아내야 한다는 것이 우리의 주장이다.

지금까지 여야는 선거 때마다 막대한 정치자금 수수설로 곤욕을 치러왔다. 이번 대선을 앞두고 92년 대선 비용이 5천억원이었으며 이번 선거판은 1조원대의 비용이 들어갈 것이니 등등의 설(說)이 공공연히 시중에 유포되는 가운데 불법 정치자금이 근절되지 않은 한우리 정치에는 희망이 없다는 국민적 공감대마저 형성돼 있는 것이 현실이다.

지금까지 불법 정치자금에 관한한 여야 모두가 자유롭지 못했던만큼 국회에서 폭로성 설전(舌戰)만 한두차례 하다가 어물쩍 넘겨왔던게 사실이다. 그러나 대선 경선에 나선 여당의 중진 후보가 불법자금의 내역을 상세히 거론하면서까지 '고백'한만큼 관계기관이 실정법에 따라 이 문제를 엄정하게 다루어서 불법자금 근절의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다만 우리는 재판부가 정상을 참작, 김 고문의'고백'을 관대하게 처리해 줄 것을 기대한다. 여야 정치권 또한 김고문의 고백을 계기로 돈을 뿌려 가면서까지 표심(票心)을 사려는 구태를 이제는 벗어던져야 할때가 됐음을 깨닫고 자성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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