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일등 시.도로 가는길-(9)대구.경북 발전 전략과 비전

△사회=오래전부터 지역 경제가 위기라고 진단됐으나 구체적 발전전략과 비전이 제시되지 않고 있다. 지역경제 회생방안은 무엇인지, 첨단산업이 대안이라면 어떤 유치전략이 나와야 하는가?

△이종현=첨단산업단지만 세운다고 첨단산업이 육성되는 게 아니다. 대구시, 경북도와 지역대학, 그리고 언론 등 지역사회 전체가 머리를 맞대야 한다.

이를 위해 지역발전을 염원하는 사람들의 의지를 하나로 묶어내는 작업이 매우 중요하다. 특히 첨단산업의 경우 소수의 의견만으로 결정되어서는 안된다. 종합적인 첨단산업 육성방안을 마련할 수 있는 장(場)이 필요하다.

특히 많은 사람들이 첨단산업 육성을 강조하면서 그동안 지역경제의 엔진 역할을 해온 섬유 및 기계산업은 소외를 염려하고 있다. 이 부분에 대한 정책적인 조율이 선행돼야 할 것으로 본다.

△이재훈=대부분 첨단산업이라면 IT, BT 등 5T 산업만을 첨단산업이라고 본다. 이것은 잘못된 생각이다. 자동차와 섬유산업 등 전통산업도 첨단화하면 첨단산업이다.

△이정인=공감한다. 첨단기술이라고 무조건 획기적인 기술을 지칭하는 것은 아니다. 보유 기술을 잘 활용해서 생산성과 상품성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

△이종현=첨단기술은 말그대로 '극한 기술'이다. 이 때문에 일본은 첨단기술 대신 '선단기술'로 용어를 바꿨다. '기술 상품화'로 가장 앞서가는 기술은 아니더라도 시장성 있는 상품을 만드는 기술이라는 뜻이다.

△이정인=첨단이 아니라도 새로운 것은 살아 남는다. 섬유, 기계 등 지역 특화업종들을 소홀히 대해선 안 된다. 특정 산업에 대한 개발계획은 전문가만이 아니라 많은 이해 당사자들이 함께 모여 의논해야 한다.

△사회=KDI는 최근 '이제 지역 발전전략 수립은 지역에 맡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역발전과 지역경제 회생을 위해 지역이 스스로 전략을 마련하고 노력해야 한다는 얘기다. 이에 대한 대구시의 입장은 무엇인가?

△이진훈=이러한 논의가 제기되는 사실 자체가 매우 고무적이다. 그동안 대구시 경제현안의 해결방안에 대한 논의는 많았다. 하지만 다양한 정책적 판단이 필요한데다 경제계, 정치계, 각종 시민단체들의 이해가 엇갈려 합의가 쉽지 않았다. 시정부가 시민들의 의지를 결집하지 못한 측면이 있으나 각종 단체 역시 제역할을 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한 기상천외한 묘수는 없다. 정책은 어디까지나 지역 기반이나 수요로부터 나와야 한다. 수요가 있는 곳에 시정부의 정책이 나온다. 일방적이거나 인위적인 정책개발은 어렵기도 하지만 효과도 발휘되지 않기 때문이다.

대구시는 그동안 수많은 기구와 위원회를 통해 논의 기회를 제공해 왔다. 하지만 효과가 없었다. 실제 그 기구들과 위원회가 제 역할을 못했기 때문이다. 솔직히 대구시가 위원회 하나 만들려면 인선부터 1년이상 걸린다. 새로운 기구나 위원회를 만드는 것보다 기존 기구와 조직을 제대로 활용하는 게 효과적이다.

△이종현=250만 대구시민의 삶을 향상시키고 비전을 제시하는 것은 시 정부의 의무와 책임이다. 따라서 지역사회 각 부문이 제 역할을 못해 합의를 이끌어 내지 못했다는 것은 시 정부의 무능이라고 생각한다. 대구시는 어떤 방법을 사용해서라도 합의를 이끌어내야 한다. 이 국장 말대로 대구시 산하의 많은 기구와 위원회가 형식적인 역할에 그치고 있다.

그러나 대구시가 진정으로 대구시민의 의견을 물었는지 되묻고 싶다. 만약 대구시가 보다 적극적으로 나섰다면 보다 많은 사람들이 논의에 참여했을 것이다. 특히 대구에는 교수, 언론계, 법조계 등 여러 분야에서 이런 의지를 지닌 전문가 그룹들이 많다. 이들이 지역사회의 마지막 희망이다. 이들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

△이재훈=지역경제를 활성화하려면 무엇보다 수요기반 조성이 중요하다. 따라서 지역경제 전반에 대한 수요조사가 선행돼야 한다. 자치단체가 중심이 돼서 수요조사를 한 후 그 결과를 통해 롤 모델을 만들어 가능성 있는 부분에 집중 투자해야 한다. 특히 새로운 것을 시작하기보다 기존 경제모델을 개량하려는 노력이 중요하다.

△이정인=옳은 말이다. 기업 스스로 무엇이 상품성이 있는지, 돈이 되는지 알아야 한다. 하지만 영세한 지역 하청기업들은 시장동향조차 모르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기업 스스로가 목소리를 내고 요구하는 자세가 중요하다. 그래야만 정책의 효과가 나타난다. 산자부 등 관련 부처는 기업가들의 목소리에 귀기울여야 한다. 현재 기업가들의 목소리가 약할 뿐더러 관련 부처 또한 그 목소리에 귀기울이지 않고 있다.

△사회=지자체가 가진 정책적인 수단이 많지 않다. 특히 경제정책적인 수단은 더욱 적다. 때문에 광역자치단체에 경제정책 수립까지 요구하는 것은 무리라는 지적도 있다.

△이진훈=대구시는 지금까지 정책을 결정할 때 전문가 그룹으로부터 많은 자문을 구해왔다. 그렇게 느끼지 못했다면 그것 역시 문제다.

△이재훈=계획은 항상 수정가능하다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 밀라노프로젝트 역시 마찬가지다. 경북 테크노파크는 입주 기업들에게 현단계에서 시설투자를 자제하라고 당부하고 있다. 산자부 계획에 맞춰 투자하다 보면 보따리 싸기 십상이다. 지역 입장에서 정부정책에 대해 철저히 분석하고 업계에 홍보해야 한다. 이것이 경북이나 대구테크노파크, 대구시가 해야할 중요한 의무다.

△사회=지역산업뿐 아니라 지역대학도 위기의식이 커지고 있다. 특히 올해 대학입시에선 이공계 기피현상이 심각하다.

△이종현=이공계 지원기피 현상은 왔다갔다하는 시대적인 흐름이므로 중요치 않다. 서울집중화가 더 큰 문제다. 행정과 정치적 분권은 장기과제로 남겨두더라도 교육과 경제적 분권부터 요구해야 한다. 한마디로 지방대학에 대한 특혜를 요구해야 한다.

우수 인재를 서울로 뺏기지 않으려면 일자리를 창출해야 한다. 특히 벤처기업을 많이 만들어야 한다. 벤처기업은 설령 망하더라도 그들의 기술력, 인력, 경험은 지역에 남는다. 따라서 벤처는 쓰러져도 계속 만들어져야 한다.

△이진훈=지역 대학 육성을 위해서는 중앙정부가 노력해야 하지만 지방정부도 책임을 져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행정의 분권화도 절실하다. 하지만 아직 중앙정부의 인식이 부족하므로 자치단체 중심의 지방분권 운동이 일어나야 한다. 말로만 분권을 외칠 때가 아니라 쟁취해야 한다.

△이종현=대구의 가장 큰 장점은 바로 많은 지역대학이 배출하는 인력이다. 이것은 기업 유치에 엄청난 메리트로 작용한다. 대구는 이를 바탕으로 세계적인 다국적 기업들을 유치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대구시가 해외 기업들에 대해 인력, 토지, 땅, 시설, 주거환경 등 파격적인 조건을 제시해야 한다.

△사회=외국기업 및 국내 유수 기업 유치방안이 있나?

△이진훈=대구시는 역외 기업 유치를 위해 파격적인 조건을 제시할 계획이다. 공장부지난에다 종합적인 유치기반이 부실해 안타깝다.

△이정인=외자나 기업 유치에도 아웃소싱이 필요하다. 전문가 그룹으로 이뤄진 상설기구의 도움을 받는 것이 유리하다.

△이종현=기업 유치도 중요하나 지역 유치 기업들이 왜 대구를 떠나는 지도 함께 고민해야 한다. 대구의 배타성으로 인해 자꾸 대구를 떠난다. 이것이 대구의 경쟁력을 저하시킨다.

△이정인=대구의 폐쇄성과 보수성을 깨는 작은 문화 모임이 필요하다. 다양성을 수용할 수 있는 작은 모임들이 늘어나야 지역의 폐쇄성과 보수성이 극복된다.

△사회=대구시와 경북도의 통합문제가 최근 다시 대두했다. 게다가 대구가 안동.영주 등 경북북부와 포항.경주 등 경북 동부지역에 대한 허브기능을 자칫 다른 광역시도로 빼앗기는 게 아니냐는 우려까지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단시일내에 시.도 통합이 성사되기는 어렵다고 판단된다. 대구와 경북의 공동 발전전략이 있나?

△이재훈=행정 통합이 어려우면 공동출자 형식의 방법도 생각해봐야 한다. 대구시와 경북도가 제3섹터 사업을 공동추진해 자연스럽게 협력해야 한다. 대구시나 경북도 어느 한 쪽이 주도적으로 운영해서는 안된다.

△이정인=대구와 경북이 서로 분리된 발전전략을 추진해서는 성공할 수 없다. 보다 구체적으로 협력하도록 강제하는 노력도 필요하다. 예를 들어 나노프로젝트 추진에 포항공대와 경북대가 협조하도록 하고 협의 방식도 제도화해야 한다. 대구시는 맏형(허브도시) 입장에서 경북지역 지자체에 협력을 제안해야 한다.

△이종현=안동, 포항, 구미는 이미 성장한계점에 도달했다. 자체적으로는 더 이상 성장하지 못한다. 한계를 탈피하는 유일한 방법은 대구시와의 네트워킹이다. 경북권뿐 아니라 다른 영남권에 대한 허브기능도 대구가 수행할 수 있도록 공동 합의가 필요하다. 부산은 항만도시이므로 이와 연계, 영남권이 공동 발전할 수 있는 방안을 연구할 필요가 있다.

△이진훈=대구시가 경북지역의 중추관리기능을 못하는 게 아니다. 대구시는 교육시설, 주거환경, 문화 인프라면에서 그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제조업의 부가가치가 낮을 뿐 지역 부가가치 창출의 4분의 3이 서비스업에서 이뤄질 정도로 서비스의 부가가치는 높다. 정보통신 등 IT벤처산업 투자도 중요하나 지식, 교육을 매개로 한 서비스산업도 적극 유치해야 한다.

△이정인=일반 서비스산업이 중요하긴 하나 첨단벤처 산업은 이런 서비스산업을 유인하는 기본산업이므로 더욱 중요하다.

△이종현=대도시는 기본적으로 고부가 산업, 즉 벤처 등 지식창출산업이 필요하다. 대구시에 필요한 벤처기업은 약 1만개 정도로 추정된다. 삼성상용차 공장과 물류센터 부지를 전용해서라도 첨단벤처 기업들이 입주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진훈=삼성상용차 공장부지는 삼성의 대체 투자를 유도하거나 첨단 벤처단지로 활용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본다. 대구시가 벤처지원을 위해 조성한 지원자금 중 50%만 실제 벤처기업에 지원되고 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위험을 감수하더라도 실제적으로 지역벤처를 지원하는 펀드상품을 개발할 계획이다.

△이정인=기술경쟁력을 평가하는 작업을 선행한 뒤 선정된 벤처기업에 대해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그리고 테크노파크도 벤처식으로 운영할 필요가 있다.

정리=최창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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