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책을 고르고 나서

요즘을 컴퓨터 시대라고 합니다. 청소년들이 컴퓨터 앞에서 게임이나 인터넷을 하느라 여유 시간 대부분을 소비하는 것을 보면, 그 위력을 실감하게 됩니다. 자라나는 세대들에게 모범(?)을 보여야 할 어른들도 마찬가지입니다.

고교생들은 논술시험을 준비하기위해 책을 접하지만, 직장인이나 주부들은 '알까기' '고스톱' 같은 게임에 빠져 틈만 나면 컴퓨터 앞에 붙어 있습니다. 물론 필자도 그중의 한 사람입니다.

얼마전만 해도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가끔 눈에 띄었지만, 요즘에는 정말 찾아보기 힘든 세상이 됐습니다. 컴퓨터는 다분히 자극적이고 표피적인 도구입니다. 달리 말하면 시간을 보내기에 그만큼 좋은 것이 없습니다.

주변 환경은 상대적으로 따분하고 인내심이 필요한 책읽기에 전념하도록 내버려 두질 않습니다.책이 생활의 뒤켠으로 밀려난 데는 출판계의 책임도 적지 않습니다. 이번 주의 신간 제목만 대충 훑어봐도 '음란' '살인' '섹스' 등 자극적인 단어만 눈에 들어옵니다.

출판계의 오랜 불황을 고려한다면 이해하지 못할 것도 없지만, 좀 심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제목만 보고 책을 샀다가별볼일 없는 내용에 실망한 독자는 책과 멀어지기 마련입니다.

삼류 에로영화를 보러 가면서 '혹시나 하는 마음을 먹었다 역시나…'하고두번 다시 그 영화관을 찾지 않는 것과 같은 이치가 아니겠습니까. 어려운 때일수록 방향을 바르게 잡아야 하고, 참신한 기획으로 승부를 해야 하는 것이 상식입니다.

한국사회의 다양성 부재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높습니다. 저작물을 통해 다양한 토론과 담론이 쏟아져야 하는데도, 경직된 사회분위기가 이를 막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인류의 보편적 지혜를 담고 있는 책을 포기해야 합니까. 책읽는 장점은 헤아릴 수 없이 많지만, 요즘 같은 험한 세상에 '정서함양'이라는 가치를 빼놓을 수 없을 겁니다.

쉽지는 않겠지만 컴퓨터를 버려두고 책 읽는 습관을 새로 붙여가면 어떻겠습니까.아이들과 함께라면 더욱 좋을겁니다. 봄에는 책과 함께 살아가는 이들이 훨씬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박병선기자 lala@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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