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色)은 인간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까? 인간은 색깔의 지배를 받고 있다는 극단론을 펴는 학자들이 꽤 있다. 그럴법 한 논리다. 우리 주변을 둘러봐도 빨강 파랑 노랑 등 색깔을 갖지 않은 것이 없기 때문이다.
색깔은 인간 심리에 결정적 영향을 주는 요소다. 청소년들 사이에 유행하는 '색깔로 보는 심리테스트'를 보면 흔히 사랑의 색으로빨강이나 분홍을, 증오의 색으로 빨강과 검정 등을 택한다. 이같은 현상은 우연이나 개인적인 취향이 절대 아니다.
'색의 유혹'(예담 펴냄)의 저자 에바 헬러(독일의 사회학자.소설가)는 "인간이 일생을 통해 쌓아가는 일반적인 경험, 어린시절부터 언어와 사고에 깊이 뿌린 경험의 산물"로 설명했다. 달리 말하면 색깔은 과학적으로 뿌리내린 감성이다. 그는 이 책에서 열세가지의 색을 다루면서 역사와 문화의 흐름에 따라 색채의 의미와 상징이 어떻게 변했는지를 흥미롭게 보여준다.
▲파랑(그리움의 파란 꽃)=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색이다. 파랑은 하늘을 연상시키기 때문에 신성한 색, 영원한 색이다. 파랑은 단순한 열정이 아니라 상호간의 이해와 정절을 미덕으로 삼는다. 다이애나 황태자비가 찰스 황태자와 결혼했을 때, 빅토리아 여왕이결혼식때 들고 있던 것은 파란색 부케였다. 파랑은 차가움을 대변한다. 추울때 파랗게 변하는 피부와 입술 등 우리의 경험에 근거한다.
▲빨강(사랑에서 증오까지)=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색이다. 아이들이 가장 좋아한다. 유아기에 가장 빨리 접하는 색깔이고, 사탕이나 케첩처럼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단맛과 결합되어 있다. 빨강은 좋은 것이든 나쁜 것이든 모든 종류의 열정을 상징한다.
독일에서는 이성을 잃은 사람을 두고 '빨강만 본다'는 단어를 쓴다. 괴테는 빨강을 '색의 왕'이라 했다. 힘과 적극성, 공격성의 색으로 남성적이다.유럽왕실 문양이나 귀족의 망토, 중국 가정에서 많이 쓰는 이유다.
▲노랑(뾰족한 웃음소리)=가장 모순된 색이다. 젊은 층보다 노년층에 인기가 있다. 그만큼 불안정하게 보이는 색이다. 빨간 기운을더하면 주황이 되고 파란 기운을 더하면 녹색이 된다.
태양을 연상시키기 때문에 유쾌함과 친절, 낙관적인 색이기도 하다.화가 빈센트 반 고흐는 노란색이라면 뭐든 감동했다. 자신의 집을 노랗게 칠했고, 그 노란 집을 자주 그렸다. 각각의 색에 가장 적합한 형태가 있는데, 추상미술에서는 파랑-원, 빨강-사각형, 노랑-삼각형 등을 의미한다. 노란색은 미술에서 뾰족함을 나타낸다. 중국에서는 남성적인 색이고 황제의 색이다.
▲검정(마법의 색)=요즘 가장 인기있는 옷 색깔이다. 몸매를 감출 수 있는데다 유행과 무관하게 오래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 유행하는 색이 아니라 스페인이 15세기 패권을 잡았을때부터 수백년간 유행해온 색이다. 서양에서는 '검은(블랙) 금요일''검은 얼음' 등의 단어에서 보듯 불행의 의미로 쓰인다.
▲흰색(삭막한 청결함)=상징학의 관점에서 볼때 가장 완벽한 색이다. 완벽함은 거리감을 준다. 인상파 화가들은 흰색을 '무색'이라 봤다. 흰색은 다른 색을 섞어 만들수 없기 때문이다. 흰색의 상징은 빛의 연상으로 시작된다. 신이 세상을 창조했을때'빛이 있으라!'라고 했고 예수는 하얀 옷을 입고 부활했다.
요즘도 유럽 상류계층의 젊은 아가씨가 무도회 데뷔로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 입는 옷이 흰색이다. 가톨릭 신부는 미사시간에, 왕과 여왕은 최고의 행사에 흰색을 입는다. 이같은 색채 구성은 현대 사회 광고에서 절대적 역할을 한다.
코카콜라처럼 감각을 자극하는 음료에는 빨강이 가장 잘 어울리고, 말보로 담배의 빨간 포장도 흡연 욕구를 일으키는 색깔이다. 파랑-흰색으로 포장된 니베아 크림은 피부를 부드럽게 안정시키는 느낌을 준다.
색의 홍수속에 살고 있는 현대인이라면 색깔의 의미를 이해하기 위해 한번쯤 읽어볼 만한 책이다. 그런데 주의할 점은 독일과 우리나라사람의 색채 선호도가 다소 다르다는 점이다. 독일인은 파랑-녹색-노랑-흰색-빨강-검정-보라 순이고,한국인은 파랑-흰색-노랑-녹색-검정-빨강-보라 순이다. 역사.문화적 경험이 다르기 때문이다.
박병선기자 lala@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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