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화의 음란한 판타지'
저자 이택광은 한국 문화를 '음란한 판타지'로 정의한다. 한국 문화는 사회의 모순을 은폐한 채 비판의 눈길을 다른 곳으로 돌리려는 '물리적 리얼리티가 완전히 소거된 도착 상황'을 만들기 때문에 음란하다는 것이다.
저자는 맑스주의, 정신분석학, 탈근대적 사상가들의 이론과 사유를 토대로 철저한 자기 성찰을 통해 한국 문화를 분석한다.
친일문학의 미학, 한.일 축구전에 대한 한국인의 열광, 유승준 사건, 황수정 사건 등을 민족주의와 근대성, 보수주의와 '보여주기'의 정신분석 프리즘을 통해 관찰한 점이 눈길을 끈다. 이후 펴냄, 1만3천원.
▨'과학혁명의 지배자들'
과학자들을 나열한 전기물 수준을 넘어서 과학에 대한 좀 더 깊은 이해를 도와주는 책이다.
15세기에 이미 현대적 의미의 과학적 인식에 도달한 레오나르도 다빈치부터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에 수학적 근거를 마련한 여성 수학자 에미 뇌터, 최첨단 컴퓨터 시대를 연 앨런 튜링, 21세기 유전학 시대의 서막을 연 제임스 왓슨 등에 이르기까지 과학 진보의 역사에 남을만한 과학자 20인의 삶과 이론을 다뤘다.
대중 과학서를 집필해온 저자 에른스트 페테 피셔는 지난 수 천년의 과학사가 천재들의 몫이었다면 21세기 과학의 주체는 대중이며 과학의 대중화에 먼저 성공하는 국가가 새로운 천년의 과학을 주도하게 될 것이라고 역설한다. 양문 펴냄, 1만2천원.
▨'황도 개경의 비밀'
고려 건국신화를 건축학자의 시각으로 풀어낸 시도가 흥미롭다. 저자는 옛날 이야기 속에 숨겨진 개성 사람의 뿌리인 호경 이야기와 1천200년 전 해양 도시 송악이 탄생하는 과정을 추적한다. 이 책은 왜 역사를 통해 인간의 삶이 아닌 인간들이 지녔던 힘만을 볼 것이 아니라 그들이 밟았던 길과 살았던 도시, 건축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태조 왕건의 조상인 호경의 이동에서 시작하여 송악의 탄생으로 끝을 맺는 고려 신화에 등장하는 길과 도시, 건축물 등 역사의 무대를 소개하며 한국인의 삶이 응축된 도시와 문화를 조명한다. 옛오늘 펴냄, 1만5천원.
▨'살모사의 눈부심'
이슬람 환상문학의 맛을 느낄 수 있는 터키 현대문학의 거장 쥴퓨 리반엘리의 소설. 터기 콘스탄티노플의 왕궁과 하렘을 무대로 한 끔찍한 음모, 에로티시즘, 인간 심리를 환상적으로 그려냈다.
17세기 오스만 제국의 피로 얼룩진 정사(正史)를 맥으로 하고 있지만 역사소설은 아니다. 소설의 테마는 '역사'가 아니라 탐욕과 갈등으로 정권의 주위에 부나방처럼 날아드는 왕궁 사람들의 삶과 심리이다.
오스만 제국의 환관인 슐레이만의 눈과 입을 통해 묘사되는 사건과 심리는 우리를 놀라게 하고 때로는 웃음을 자아낸다. 문학세상 펴냄, 8천원.
김교영기자 kimky@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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