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변호사 사회에 '전문화'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변호사 숫자가 급격히 늘어 재야 법조계가 '포화상태'에 이른데다 종전 민·형사사건 수임에 주력했던 변호사들이 변화하는 시대조류에 맞춰 앞다퉈 취급업무를 다양화하는 때문.
조세, 지적재산권, 노동, 건설 등 활동영역을 세분화·특화하려 애쓰는가 하면 법무법인들은 외국에서 변호사 자격증을 취득한 변호사 영입 등을 통해 차별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지역 변호사들의 전문화 움직임을 쉽게 감지할 수 있는 곳은 대구지방변호사회 인터넷 홈페이지(www.daegubar.or.kr). 의료사고, 노동, 조세, 건설 등 20개 항목으로 변호사들의 취급업무를 세분화, 290여명에 이르는 소속 변호사들을 상세하게 소개하고 있다.
특히 스포츠 연예오락, 국제거래, 지적재산권, 증권, 무역 등 일반인들에게 생소하게 여겨지는 업무를 취급한다는 변호사도 분야마다 적게는 2명, 많게는 20여명씩에 이르고 있다.
의뢰인들에게 자세한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변호사마다 2개씩 중점 취급업무를 접수받아, 수개월전부터 취급업무별로 변호사를 안내하고 있다.
법무법인 범어는 미국에서 변호사 자격증을 취득한 박용길 변호사를 지난 99년 영입해 무역, 국제거래 등 국제 관련 업무를 맡기고 있다. 지역의 다른 법무법인들도 소속 변호사를 미국 등지에 유학보내거나 외국에서 변호사 자격증을 취득한 변호사 영입에 적극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또 개인적으로 유학을 떠난 변호사들도 적지 않다.
모병철(36) 변호사는 "향후 변호사간 전문성 경쟁이 치열해지는 상황에 대비, 특정 분야를 찾아 스스로 공부를 하거나 유학을 떠나는 변호사들이 늘어나는 추세"라고 말했다.
대구지법 부근 대구시 수성구 범어2동에 있는 우리합동법률사무소는 가사사건 의뢰인들의 편의를 위해 지난 해 10월 서구 평리3동 대구지법 가정지원 부근에 '분소'를 열었다.
지금까지 법원·검찰청이 있는 범어동에 변호사 사무실이 집중됐던 만큼 범어동을 벗어나 사무실을 연 것 자체가 업계에선 이례적인 일로 받아 들여지고 있다.
분소를 맡고 있는 김준호(35) 변호사는 "이혼, 친생자관계 확인, 상속 등 가사사건이 급증하는 추세에 맞춰 가사사건 의뢰인들에게 한 단계 높은 법률서비스를 제공하고 보다 쉽게 변호사를 찾을 수 있도록 차별화 차원에서 가정지원 부근에 사무실을 열었다"고 설명했다.
지역 변호사들이 전문화, 차별화에 적극 나서는 이유는 무엇보다 변호사간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는 때문. 지난 96년부터 사법시험 합격자가 늘어나면서 변호사 숫자가 크게 는데 반해 사건은 되레 줄어 변호사 개개인이 맡는 사건수가 격감하고 있다.
대구지방변호사회(회장 권혁주)에 따르면 변호사 개인별 수임사건은 최근 월 평균 6~7건으로 97년 11건에 비해 크게 줄고 있다.
이희대(47) 변호사는 "변호사간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며 "지역 변호사들이 저마다 전문 분야를 발굴, 연구하고 전문화하는 것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라고 지적했다.
이대현기자 sky@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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