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최원석의 영화속 과학이야기

'진주만'에서 가장 중요한 소재는 비행기다. 비행기가 나는 원리는 저 유명한 '베르누이의 정리'이다. 비행기의 날개를 보면 윗면이 아래보다 불룩한 구조로 돼 있다. 날개면을 따라 흐르는 공기는 위쪽이 아래쪽보다 빠르게 돼 압력이 감소하며, 따라서 위쪽으로 양력이 생겨 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하늘을 나는 비행기에는 양력 이외에도 항력, 추진력, 무게 등이 작용한다. 순항중인 비행기는 이 네가지 힘이 평형을 이루기 때문에 일정한 속력으로 비행을 하게 된다. 즉, 공기에 의한 저항력인 항력과 엔진에 의한 추진력이 같고, 비행기의 무게와 날개에 의한 양력이 같은 것이다.

비행기를 유선형으로 만드는 것은 항력을 최소화하기 위한 것이며, 영화 속 두리틀 편대가 항공모함에서 이륙하기 위해 기관총을 나무로 교체하는 것은 무게를 줄여 충분한 양력을 얻기 위한 것이다.

영화 속 전투 장면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대공사격. 일본의 진주만 공격이 시작된 후 취사병(쿠바 구딩 주니어 분)이 고사포로 응사해 비행기를 격추시키는 장면이 스릴있게 펼쳐진다. 그러나 실제 총으로 비행기를 잡기는 결코 쉽지 않다. 총알이 비행기를 향해 날아가는 동안 비행기도 이동을 하기 때문이다.

2차대전 초기 고사포의 속력은 초속 1천m, 전투기는 시속 300~500km 정도였다고 한다. 가령 1천m 거리에서 시속 360km로 비행을 하고 있는 전투기를 향해 총을 쏜다면, 총알이 적에게 날아가는 동안 비행기는 원래의 위치에서 100m나 이동해 버리는 셈. 급박한 전투의 순간에 비행기의 진행 속도와 경로를 계산해 추락시킨다는 것은 어지간해서는 상상하기 힘든 것이다.

일본군 폭격기 편대가 USS아리조나호에 폭탄을 투하하는 장면을 음미해 보자. 카메라는 비행기에서 떨어진 폭탄을 따라가는데, 마치 수직으로 낙하하는 듯이 보인다. 맞지 않는 촬영이다.

비행기가 앞으로 비행을 하며 폭탄을 투하했기 때문에 폭탄도 앞으로 진행하며 떨어져야 하는 것이다. 지상에서 볼 때 떨어지는 폭탄이 그리는 궤적은 수평운동과 자유낙하 운동이 결합된 포물선 운동으로 나타난다.

구미 진평중 교사 nettrek@chollia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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