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구보다는 자동화기기 코너에 사람들이 북적대는 것이 요즘 흔히 볼 수 있는 은행 영업점 풍경이다. 현금자동지급기를 이용하는 것이 시간과 수수료 면에서 훨씬 유리하기 때문이다.
아예 은행을 방문하지 않고 집에서 전화나 인터넷을 이용해 이체, 송금, 거래 내역 확인 등 웬만한 은행 서비스를 알아서 받는 이들도 날로 늘어나고 있다.
인터넷, 전화, 현금자동지급기 등을 이용해 은행과 거래를 하는 전자금융거래가 확산 일로를 걷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01년 12월중 인터넷 뱅킹을 통한 각종 조회, 자금이체, 대출서비스 이용건수는 1억2천700만건으로 전년도 같은기간에 비해 2.5배나 증가했다.
대구은행의 경우 지난해 말 현재 총 거래에서 창구 처리 건수가 차지하는 비중은 20%에 불과하며 전자금융거래의 비중이 80%나 된다.이 은행 박성동 상무는 "전자금융거래 사용 실적에 따라 고객에게 경품을 제공하는 등 혜택을 부여해 전자금융거래를 올해 안으로 80%에서 85%로 늘려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전자금융거래는 은행 입장에서 볼 때 수익성이 매우 높은 매력적인 거래 방식이다.금융감독원이 은행간 송금 업무의 수익성을 비교한 결과 인터넷 뱅킹의 경우 건당 부과수수료가 213원으로, 높지 않지만 건당 업무원가가174원 밖에 되지 않아 건당 39원의 이익을 은행에게 안겨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창구 거래의 경우 건당 1천403원이라는 높은 수수료가 책정돼 있지만 건당 업무 원가가 1천482원이나 돼 79원의 역마진이 발생한다. 결국 고객들이 은행 창구에 많이 올수록 은행으로서는 손해를 보게 되어 있다는 이야기다.
은행들마다 전자금융거래 부문 설비 투자와 홍보에 열을 올리는 것은 이같은 이유에서다. 국내은행들은 지난해 수수료 부문에서 모두 6조3천708억원의 이익을 낸 것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 대비 35.2%나 증가한 수치이며, 총 영업이익 가운데 27.6%의 비중을 차지한다. 수수료 수입의 이같은 증대에는 신용카드사용 실적이 크게 늘어난 것이 주요 원인이지만 전자금융거래 확산에 따른 수수료 증가도 한 원인이 됐다.
수익성을 차치하고서라도 IMF 환란을 거치며 대대적인 인원 감축작업을 거쳐왔던 은행으로서는 인력 운용 차원에서도 전자금융거래 쪽으로 눈길을 돌리지 않을 수 없는 입장이다.
국내 15개 은행이 지난 한 해 동안 전자금융거래 사업분야에 투자한 총 금액은 501억원으로 전년도(355억원)에 비해 41%나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금융감독원의 설문 조사에 따르면 국내은행들은 올해에도 지난해보다 81.2%나 많은 908억원을 이 분야에 투자할 계획인 것으로 나타났다. 전자금융거래야말로 '누이(고객) 좋고 매부(은행) 좋은' 정보화시대의 거래방식인 것이다.
김해용기자 kimhy@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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