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미국의 패권적 '보호주의' 우려한다

미국이 철강 수입을 규제하기로 결정한 것은 중대한 국제질서 위반이다. 세계화와 신자유주의 이념을 앞세워 무역장벽 철폐에누구보다 앞장서 온 미국이 이처럼 패권적이고 보호주의적인 조치를 일방적으로 단행한 것은 한마디로 자가당착(自家撞着)이다.

무역질서를 후퇴시킨 미국의 조치는 국제사회의 비난을 받아 마땅하며 정부는 국제사회와 연대, 합리적이고 철저한 대응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미국은 5일 수입 철강에 품목별로 8~30%의 특별관세를 부과하는 긴급 수입제한조치(세이프 가드)를 발동한다고 발표했다.지난해 10월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슬라브, 열연코일, 후판, 냉연도금강판 등 16개 제품에 대해 산업피해 판정을 내린 것을 행정부가 이를 고스란히 받아들인 것이다.

오는 20일부터 3년간 시행될 이 조치로 인해 국내 철강 업계는 올해대미 철강 수출이 20% 정도 줄어 피해액이 2억달러를 넘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미 세계무역기구(WTO)를 근간으로 확산되고있는 다자간 무역질서는 위협을 받고있다. 동아시아에서 환율전쟁에 시달리고있는한국은 다시 미국과의 무역전쟁을 피할 수 없게 됐다. 무엇보다 우려되는 것은 부시 행정부가 정치 논리로 치닫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 내 철강산업이 경쟁력을 잃은지는 오래됐으며 이런 상황에서 수입을 규제해봐도 자국내에 별 도움이되지않는다는 것은 자명하다. 그런데도 근로자만 의식, 경제 문제를 인기영합주의(포퓰리즘)으로 해결한다면 제2, 제3의 규제안이 나올 것은 뻔하다. 특히 연간 60만대의 자동차를 미국에 수출하는 한국은 자동차 산업도 규제를 받을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아직 120일간의 조정기간이 있어 타협의 여지는 있다. 미국이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국인 캐나다와 멕시코는 이번 조치에서 제외시킨 만큼 국제 통상에서는 강력한 대응과 협상력을 동시에 발휘해야 할 것이다.세계 무역질서의 민감한 변화를 앞지르는 통상정책이 기대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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