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영화에 대한 기억

학창시절 자신을 소개하는 글에는 취미가 무엇인가를 묻는 문항이 꼭 들어 있었다. 그 당시 그 난에 가장 흔하게 쓰여졌던 우리들의취미가 영화감상이었는데 물론 그 시절엔 영화관도 별로 없었으며 영화보기도 힘들었던 만큼 영화감상만큼 고상한 취미도 없었으리라 기억된다.

감상(鑑賞)이란 예술작품을 깊이 음미하고 그 미적인 내용을 이해하며 즐기는 일이라 한다.그러므로 감상의 본질은 감동과 감명에 있으며 굳이 설명치 않더라도 무엇인가를 보고 가슴 깊숙한 곳에서 뭉클함이 올라와 눈시울을 적시면 우리는 감동 받았다고 말한다. 좋은 영화란 언제나 우리들에게 감동을 주며 우리의 성장기 삶에 풍부한 미적 경험을 충족시켜 주었다.

그리고 나는 영화라는 '예술의 힘'을 기억하며 영화를 전공했다.많은 대중을 한꺼번에 감동의 도가니로 몰 수 있는 최고의 종합예술인 영화를 꿈꾸며….그리고 세월이 많이 흘렀다. 오늘날 한국의 영화는 거대한 돈벌이의 메카로 떠오르며 하루가 다르게 제작비의 규모가 커지고 있다.

1999년 12월에 결성된 무한영상벤처투자조합을 시작으로 본격화된 영상전문투자조합의 자본조달은 한국의 상업영화도 할리우드 못지 않게 흥행 대박을 터트릴 수 있다는 기대감을 갖고 한국영화제작에 활성화를 기하고 있다.

거기에 더해 고위험(high-risk), 고수익(high return)을 자본 운용의기본원리로 하는 벤처자본조차 영화에 투자하기 시작함으로써 대부분의 개봉영화는 제작비가 얼마나 들었는지에 더 관심을 모으기 시작했다. 마치 제작비의규모가 영화의 질을 결정하는 것처럼…….

많은 제작비의 투자에도 불구하고 오늘의 영화는 숨죽이며 훌쩍이던 감동이 없다. 뭔가 볼거리는 풍성한데 가슴은 비어있고 빠른 화면의 전개는 허황한화려함을 보는 것 같아 안타깝다. 대중을 상대하는 영화가 꼭 예술성이 뛰어나야 한다고 강변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영화를 최고의 예술이라고 가르치고 배웠던 우리들에게 대중화라는 것이 원래 통속적이고 천박하니까 라고 자조하기엔 영화가 사회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너무 지대하다. 왜 한국의 젊은 개성은 조폭만 그려내는가?

육정학(경북외국어테크노대학교수, 영상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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