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와 함께하는 오후

쉰내 푹푹 나는

반갑지 않은 선물을

아내 몰래 빨랫감 바구니에

던져 두었던 작업복

덕지덕지 기름때 위로

남편의 고된 노동이 배어나 핀

소금꽃

빨래를 하려던 아내는

남편의 고생이 가정 때문인가 싶어서

잘나가는 친구의 남편과

능력 있는 집의 남편과 비교했던 자신이 미워

작업복 끌어 안고 울었다네

무엇 하나 도움 줄 수 없는

노동자의 아내

서러워 울었다네 바보같이

서러워 말아라 아내여!

이땅 노동자들이

땀흘려 일하는 사람이 잘 사는 세상

그런 세상 온다면

-황병목 '소금꽃'

젊은 노동자 시인의 진솔한 시이다. 이 시의 미덕은 우선 독자가 이해하기 쉽다. 화려한 시적 수사나 노동해방, 혁명과 같은 전위적 구호를 동원하지 않고도 읽는 이의 고개를 끄덕이게 할 수 있는 힘은 바로 삶의 체험이 뒷받침 된 진실 때문이다.

노동력을 시장에 팔아야만 연명할 수 있는 많은 노동자들이 자신의 노동에 대한 정당한 대우를 받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이 시인의 소망처럼 땀흘려 일하는 사람이 잘사는 세상이 빨리 와야 할텐데….

김용락〈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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