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둥팡밍주'(東方明珠)가 우뚝 서있는 상하이의 황푸(黃浦)강변은 중국대륙을 겨냥한 세계적인 다국적기업들의 네온사인이 밤낮없이 불을 밝히고 있지만 세계적인 중국기업의 로고는 찾아볼 수 없다.
그러나 앞으로 10년안에 중국의 다국적기업들이 이 자리를 차지할 지도 모른다. 최근 미국의 투자은행 리만 브라더스(Lehman Brothers)는 중국보고서를 통해 오는 2030년 중국이 미국에 이어 세계 2위의 경제대국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베이징과 상하이 선전, 광조우, 톈진, 칭다오 등 연해 개방도시에서 본 중국은 더이상 낡은 사회주의 체제의 가난한 나라가 아니었다.매년 7% 이상의 높은 성장률을 시현하고 있는 중국은 WTO가입과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이라는 날개를 달고 경제대국으로의 비상을 시작했다.
◇다국적기업으로 변신
중국의 주요 전자업체들은 최근들어 해외투자와 해외사업 현지화를 확대하면서 다국적기업으로의 변신을 꾀하고 있다. 이들은 이미 세계 10대 가전업체에 진입했다.
중국 최대의 가전업체 하이얼(海爾 )그룹은 동남아와 미국에 이어 일본에도 진출, 세계적 다국적 기업으로 성장하고 있다. 90년대 들어 전세계에 10여개의 전자제품 생산공장을 설립한 하이얼은 2000년 미 캘리포니아에 소형냉장고 공장을 설립, 미국시장에 직접진출했다.
인건비와 원부자재 조달원가가 싼 중국을 두고서도 미국시장에 진출한 것은 값비싼 수송비와 더불어 '메이드 인 차이나'가 아니라 '메이드인 USA'상표를 붙일 수 있다는 장점 때문으로 풀이된다. 세계시장에서 '메이드 인 차이나'는 아직 중저가 이미지가 강하다.
하이얼은 지난 1월에는 일본의 '산요'와 합작으로 '산요하이얼'을 설립, 세계시장 진출을 가속화하고 있다. 하이얼그룹 본사가 있는 칭다오의 한 신문은 "이는 하이얼의 국제화전략이 한 차원 높은 단계에 진입했음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보도했다.
중국최대의 PC 제조업체인 롄샹(聯想, Legend)그룹은 세계 최대의 PC메이커의 자리를 굳히고 있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에 따르면 'IDC(International Data Corporation)는 중국의 PC시장규모가 내년에 1천320만대로 일본을 제치고 세계 2대시장으로 부상할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 한 해 동안 중국내 PC판매량은 890만대였으며 이 중 롄샹은 31%의 시장점유율을 차지했다.
베이징의 중관춘전자상가에서 팔리는 PC는 대부분 중국브랜드나 조립컴퓨터였다. IBM과 델 등의 쟁쟁한 다국적기업들을 제치고 중국과 아시아 PC시장을 석권한 롄샹은 기타 IT분야로의 진출을 추진하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 정상은 연구원은 '롄샹의 성장전략'이란 보고서를 통해 "롄샹은 미국 실리콘밸리에 연구소를 설립하는 등 R&D투자를 확대하면서 PC를 기반으로 소프트웨어와 네트워크, 인터넷 등 기타 IT분야로의 다변화 발전전략을 추진하고 있으며 CDMA핸드폰시장에도 진출했다"고 지적했다.
95년까지 롄샹이나 창청(長城), 베이다팡정(北大方正) 등의 중국내 PC업체는 영세업체에 불과했다. 롄샹은 95년 10만대의 PC를 판매하면서 5%의 시장만을 점유했을 뿐이다. 지난해 4/4분기에만 롄샹은 67만2천대의 PC를 판매, 32.12%의 차지했다.
◇세계의 생산기지
중국 신식산업부는 지난해 중국의 전자와 정보통신제품 수출액이 전체의 24.3%를 차지했다고 밝혔다. 이는 사상 최고치다.국가발전계획위원회 거시경제연구원의 왕이밍(王一鳴) 부원장은 "WTO가입 이후 중국이 세계시장에서 비교우위에 있는 가전제품과 경방직제품의 시장확대가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실제로 에어컨과 세탁기, 냉장고, 컬러TV, 모니터, DVD플레이어 등의 전자제품과 섬유제품은 중국산이 세계시장을 휩쓸고 있다. 에어컨의 절반, 모니터와 DVD플레이어의 20~24%, 냉장고와 세탁기의 25%가 '메이드 인 차이나'다. 천스넝(陳士能) 중국경공업연합회 회장은 지난해 12월의 제1차 대표회의에서 "중국은 이제 세계가 공인하는 가전제품 제조 중심이 됐다"고 선언했다.
생산량과 시장점유율이 높아지면서 유명브랜드의 가치도 덩달아 급등하고 있다.지난해 윈난(雲南)성에서 열린 '2001년 중국최고가치 브랜드'발표회에서 홍타산(紅塔山)이 460억위안(54억5천만달러)으로 7년 연속 1위를 차지했다. 하이얼(436억위안)과 창홍(長虹.261억위안)이 뒤를 이었고 롄샹은 143억위안으로 6위였다.
산업정책연구원이 지난해 분석한 국내기업의 브랜드가치(삼성전자 8조8천억원, LG전자 3조6천725억원, SK텔레콤 2조4천127억원)를 비교하면 중국의 대표기업들의 규모도 세계적인 수준에 근접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저렴한 노동력을 기반으로 성장한 중국기업들은 풍부한 외자(FDI)와 부품산업 기반강화, 기술력향상을 바탕으로 반도체와 중화학공업 등 고부가산업으로의 업종다각화를 추구하고 있다.
상하이 LG광전자의 노광석 사장은 "DVD플레이어의 경우 스캔기능보다 진일보한 프로그레시브(progressive)스캔기능은 중국의 로컬기업이 먼저 개발했다"며 "중국기업의 기술력은 크게 향상됐으며 기술력의 차이라는 것도 지금까지 생각하던 것과는 다르다"고 말했다.
삼성중국법인의 정충기 상무는 "'지저분하고 못사는 사회주의 국가'라는 편견을 갖고 중국을 바라봐서는 더이상 중국시장에서 팔 물건이 없을 것"이라며 "이제는 정말 중국을 더 잘 이해하고 현지화 한 시장공략을 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글.서명수기자 didierot@imaeil.com
사진.이경훈기자 tabom@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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