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게 정치자금 문제는 엽기적이라 할 만큼 황당하게 다가든다. 분명히 내놓은 사람이 있고 또 선거 때마다 전국이 향응으로,봉투 놀음으로 흥청거리는 게 사실인데도 어느 후보치고 정치자금 받았다는 사람도, 뿌렸다는 사람도 없으니 그럼 낮도깨비가 '돈 놀음'을 하고 다녔다는 것인지 참으로 황당하다.
천문학적인 정치자금 압박에 견디다 못한 재계(財界)가 들고 일어나 좬봉 노릇을 더이상 못하겠다좭고 성명서까지 내는 판국에 정치권은 여전히 '전혀 모르는 일'쯤으로 오리발을 내밀고 있으니 철면피한 우리 정치, 그리고 정치자금에 대해 다시한번 생각케 된다.현실적으로 우리 기업의 경영이 상당히 투명화 됐다.
또 외국인의 주식지분이 높아서 과거처럼 뭉텅이 돈을 뜯어낼 수도 없는데다높아진 시민의식까지 감안하면 '이제는 정치자금을 뜯어내 돈 선거를 치를 생각을 청산할 때가 됐다'고 보아 마땅하다.
따라서 재계가 돈 못내겠다고 일어난 이 시점이야말로 기업에서 돈 뜯어내 선거 치르고 축재하던 정경유착의 과거를 청산하고 깨끗한 정치풍토를 열어나갈 바로 그때란 생각도 드는 것이다. 그럼에도 여야 모두 정치자금 문제만 나오면 진상규명할 생각은 아예 포기한 채 좬그렇다면 너희는 깨끗하단 말이냐좭식으로 물고 늘어져서는 어물어물 넘기니 이들이 벌이는 '사기극'에 국민만 등신이 된 기분이다.
◈'봉 노릇은 더이상 못하겠다'
민주당 김근태 고문의 불법 정치자금 고백을 둘러싼 여야의 공방을 보면 여야가 벌이는 '정치쇼의 집약판'이란 생각마저 드는 것이다.여당의 중진의원이 모처럼 양심선언을 했으면 그것을 계기로 진상을 밝히고 자성할 노릇이지 엉뚱하게 야당 총재의 호화주택은 왜 들고 나오는지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혹시 다급해진 민주당으로서야 '최상의 방어는 공격'이란 측면에서 물고 늘어지는진 몰라도 이제는 그럴 때가 아닌 것이다.
지금은 1밀리(㎜)를 100만 등분으로 쪼개는 초정밀의 '나노(㎚)시대'다. 이런 시대에 살면서 거액의 눈 먼 돈이 어디서 나와 누구에게전달되는지도 모르는 그런 도깨비 놀음을 계속 받아들이는 멍청한 국민이 있으리라 기대하는 것부터가 시대착오다. 그런 만큼 여야는 대선을 앞둔 이 시점에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고 돈 선거를 않겠다는 자정(自淨)선언부터 하는 게 어떨까 싶은 생각이 앞선다.
97년 대선 당시 선거비용은 후보에 따라 법정 한도액의 20배 가까운 5천억원 이상의 천문학적인 액수가 투입됐다는 추측이 일반적이다. 게다가 전두환·노태우 두 전직 대통령이 재임중 축적한 비자금만도 7천억원, 5천억원이고 보면 구조조정을 계속해야하는 우리 형편에 정치자금 망국론이 나온다 해도 지나치지 않다 할 것이다.
우리는 정경유착으로 부패가 만연하고 결과적으로 경제가 곤두박질 치는 것을 물론 겁낸다. 또 기성 정치권이 정치자금을 독점함으로써 참신한 인재들이 정치에 입문하지 못하는 것도 두렵다. 그러나 무엇보다 두려운 것은 좀 뭣한 얘기지만 막대한 음성의 선거자금을 살포한 후보가대통령에 당선되는 영광을 안는 순간 그는 범법자가 된다는 엄연한 사실 아닐까 한다.
5천억원 이상의 대가성 자금(대가를 기대 않고는 이런 거금이 형성될리 없다)을 받은 것부터가 처벌대상이 될 것이고 또 법정 선거비용을 초과했으니 선거법 위반도 될 것이고…. 이런 원죄를 진 터수에 대권을 잡았다고 쩡쩡하게 영(令)이 설지 걱정스런 것이다.
◈투명한 선거풍토 유권자의 몫
어려운 때일수록 최고 지도자는 깨끗하고 권위가 있어야 한다. 그럼에도 이처럼 돈에 얽혀 원죄를 짓고 첫 단추부터 잘못 끼운다면 그 정치는 보나마나 뻔할 게 아닌가. 더구나 검찰, 국세청, 국정원의 엘리트 공무원들이 대통령의 원죄를 비호하느라 본의 아니게 국민의 공복(公僕)이 되기보다 대통령의 충복이 돼버린다면 국정의 기본이 흔들릴 것만 같아 걱정인 것이다.
최근 재계가 불법 정치자금 견제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만 거기에는 정치권에 대한 압력을 행사, 기선을 제압하겠다는 저의도 보인다. 순수한 거절이 아닌 것이다.
그러고보면 선거판에서 불법 자금을 몰아내고 투명한 선거풍토를 만드는 것은 결국 우리들 민초의 몫인 것이다. 이제 돈 봉투보다 인물을 따지고 그가 내세우는 정책에 귀 기울이는 성숙된 자세로 거듭 태어나야할 때가 된 것이다.
그렇게 해서 미더운 대선후보가 원죄의 함정에 빠지지 않고 대권을 쥐고 당당하게 정치하도록 밀어줘야 될 것이다. 우리가 믿고 따르고 싶은 자랑스런 대통령은 하늘에서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정성으로 만들어지는 것임을 새삼 명심할 일이다.
김찬석 논설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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