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영화속 이야기-영화보다 아름다운 OST

▨영화보다 아름다운 '영화 O.S.T'

영화 '시네마 천국'의 여운이 오래도록 맴도는 건 순전히 엔리오 모리꼬네의 음악때문이라고 말한다면? 일본어를 배워본 적도 없는 이들이 '오 겐키데스카'를 입에 달 듯한 것이 죽은 연인을 부르는 나카야마 미호의 흐느낌 때문만이었을까.

영화가 '영상미학'만을 고집하기엔 O.S.T(오리지널 사운드 트랙)의 영향력이 너무나 커져버렸다. 영화가 간판을 내린 후에도 O.S.T가 뒤늦게 빛을 보는 일도 있다.

O.S.T '장르'의 첫문을 연 것은 주세페 토르나토레의 '시네마 천국'이나 이와이 슈운지의 'Love Letter'쯤이 아니었을까. 러브레터 마지막 장면, "히로코씨, 가슴이 아파서 이 편지는 보내지 못할 것 같습니다"에서의 'Small Happiness', 절규하듯 '오 겐키데스카'를 외치던 순간의 'For give me', '쉘 위 댄스'에서 중년남자의 춤바람을 용서할 수 있었던 것도 '왕과 나'에서 귀에 익은 'shall we dance'때문일테다.

우리나라 영화에서도 한,두곡의 감미로운 삽입곡이 선보인 것을 시작으로, 최근엔 그 자체로 작품성이 손색없는 O.S.T 명작이 선을 보이고 있다.

영화 '접속'의 'A Lover's Cocerto', '미술관 옆 동물원'의 '사랑하는 날에(서영은)', '나도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이현우)'가 그랬다.

웬만큼 부지런한 관객이 아니면 보지 못했을(서둘러 간판을 내려서) 국산 애니메이션 '마리이야기-마이 뷰티플 걸, 마리'. 소년(이병헌 분)이 유년시절의 환상과도 같은 마리를 만났을 때, 수채화 같은 화면에 입혀진 음악이 스크린 위를 흘러다닌다. 서정미 가득한 기타연주가 클래식과 뉴에이지, 재즈를 넘나들며 몽환적인 분위기를 더욱 고조시킨다.

'버스, 정류장' O.S.T의 메인테마 '그대 손으로'는 영화가 개봉되지 않았음에도 조용히 인기를 얻고 있다. 2001년 최고의 한국영화 중 한편인 '와이키키 브라더스'의 O.S.T도 영화를 본 팬들의 요청으로 뒤늦게 선보였다.

지난 해 관객몰이에 성공한 '엽기적인 그녀'의 가수 신승훈의 'I Believe' '신라의 달밤' O.S.T도 각각 5만장 가까이 팔린 것으로 알려져있다.

요즘 오디오적인 가요가 뮤직비디오를 지향하듯, 비주얼의 대표격인 영화가 오디오를 지향하고 있는 것이다.

최병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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