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슬람 탐방(10)타흐신 바쉬르와의 대담

-지금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은 여전히 싸우고 있고 상황은 악화일로이다. 과거 이스라엘과 평화회의를 주도했던 한 사람으로서 느끼는 심정은?

▲싸우는 게 아니라 이스라엘이 점령하고 있는 것이다. 이스라엘은 세계에서 유일 하게 다른 민족의 땅을 뺏고 다른 민족을 통제하고 있는 국가이다. 이집트도 과거 이스라엘과 전쟁을 했으나 이것을 피할 수 있었던 유일한 길은 평화조약이었다.

현재 이스라엘의 샤론정부는 돌을 든 팔레스타인 사람들에게 전투기와 탱크로 맞 서고 있다. 오늘 이집트정부에서는 외무장관을 이스라엘로 급파하여 샤론정부의 열을 가라앉히려고 애쓰는 중이다.

지금 상황은 완전히 통제불능의 상태로 빠져들 고 있다. 두 가지의 방법밖에 없다. '함께 사는 것'과 '이웃하여 따로 사는 것'. 하지만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이 함께 산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에 따로 평화롭게 사는 길밖에 해결책은 없다고 본다. 이집트가 현재 추구하는 것도 바로 이것이다. 이것을 위해서는 양측도 서로 변화해야 한다.

-이츠하크 라빈 전 총리를 현재의 샤론과 비교한다면?

▲몇 차례 라빈을 만난 적이 있다. 그는 굉장히 강인한 군인으로 아픈 경험을 많 이 겪었던 사람인데 나중엔 '평화의 사람'으로 바뀌었다. 예전에는 '팔레스타인' 이란 단어만 들어도 표정이 바뀌었던 사람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팔레스타인 과의 평화협상을 추진했던 그의 용기는 대단했다. 그러나 샤론은 불도저와 같이 걸리는 것은 무엇이나 밀어 뭉개버리는 사람이다.

-한 팔레스타인 언론인을 만나 얘기를 나눈 적 있다. 그는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땅에서 사라져야 한다고 했는데 그럼 이스라엘인들은 어디로 가야하나?

▲팔레스타인 사람이 말하지 않던가? 그들이 있었던 곳으로 되돌아가야 한다고. 독일, 폴란드, 러시아, 미국으로…. 유대인들이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몰아냈으니 팔레스타인 사람도 유대인을 몰아내야 한다는 논리인데 현실적이지 못하다.

오직 방법은 이웃하여 사는 것밖에 없다. 그렇지 않으면 많은 사람들, 주로 가난한 사 람들이 고통당할 수밖에 없다. 전쟁이 나도 부자들은 죽지 않는다. 가난한 사람들 만 죽는다. 정말로 공평하지 못하다.

-중동에서 이집트의 역할을 어떻게 규정할 수 있나?

▲이집트는 다른 어느 나라보다 이스라엘과 오랫동안 전쟁을 수행한 경험이 있고 이로 인해 많은 고통을 당했다. 그러나 이스라엘과 평화를 이룩한 후 많은 이익을 보고 있다.

그리고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의 평화는 이집트에도 많은 이익을 가 져다 준다. 또한 팔레스타인 뿐만 아니라 이스라엘에도 많은 이익이 된다고 보기 때문에 평화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이집트가 주로 하는 일이다.

-중동에서의 미국의 역할은?

▲미국은 중동에서 자신의 이익을 위해 2중정책을 아주 잘 수행하고 있다. '미국 의 이익'도 정권에 따라서 그 의미가 변한다. 미국은 다른 나라사람들에 큰 관심 이 없고 오직 자기나라에만 관심이 있다.

그 예가 바로 지금의 아프가니스탄이다. 소련과 대립하고 있을 때 미국은 이슬람원리주의자들을 훈련시켜 아프간에서 소 련과 전쟁을 치르게 한 후 소련 붕괴 후에는 세계의 최강자가 됐다. 그러나 미국 을 최강자로 만든 아프간을 이용만 하고 버림으로써 이들 원리주의자들이 미국에 등을 돌리게 만든 결과를 초래했다.

-오랫동안 세계적인 외교관으로 활동해왔는데 현재의 국제외교를 진단한다면?

▲국제외교관계에서는 '룰'이 중요하고 이를 지키는 게 중요한 데 지금은 '룰'이 란 게 존재하지 않는다. 미국이 지배하는 유엔도 이제는 있으나마나한 존재가 돼 버렸다. 힘이 룰을 지배하는 세계이다.

-개인적으로 이집트를 이슬람문화탐방의 취재국으로 택한 이유는 다른 이슬람국가 들에 비해 더 자유가 보장된다는 이유에서였다. 만약 다른 이슬람국가에서 이렇게 다녔다면 바로 감옥에 갔을것 같은데?

▲이전엔 이집트도 마찬가지였다. 외국인들과 만나는 것조차 금지됐다. 이젠 많이 변했다. 이건 정치적 권위주의에서 나온 것이지 종교와는 아무런 상관도 없다. 그리고 이집트인들은 고대의 파라오(왕)때부터 절대권력을 받아들여왔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내가 바라는 건 이집트인들이 절대권력보다는 자유를 더욱 많이 받아 들이는 것이다.

나세르, 사다트를 거치면서 지금도 이집트는 완전한 민주주의를 달성하지는 못하고 있다. 그러나 이집트가 다른 이슬람국가들과 다른 것은 법치국 가라는 점이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왕이나 리비아의 카다피 등 많은 이슬람국가들 의 절대권력자들이 곧 '법'이지만 이집트의 무바라크는 '법'이 아니다. 나는 이집 트가 지금보다 더 민주적이 되는 것을 보고 싶고 진정한 대통령선거가 이뤄지는 걸 봤으면 한다.

-한국을 방문한 적이 있다고 했는데 한국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고 있나?

▲빠른 시일 내 이룩한 경제건설을 배우고 싶었다. 군부독재상황에서도 배우기를 주저하지 않고 끊임없이 경제건설에 매달린 젊은 지식인들의 태도에서 많은 교훈 을 얻었다.

많은 사람들이 종교를 갖고 있었지만 이집트처럼 교조적으로 종교에 매달리지 않는 것도 비교가 됐다. 성공적인 인구정책도 관심사였다. 이집트를 어 떻게 하면 가난에서 구해낼까, 고민이 많다 보니 한국방문 때의 인상이 아직도 강 하게 남아있다.

하영식 youngsig@otenet.gr 〈끝〉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