벗겨진 머리에 뿔테 안경. 그 너머 눈빛이 형형하다. 160㎝를 갓 넘는 작은 체구. 그래도 단단해 보인다. 김노영 선생. 그는 올해 우리 나이로 일흔 여섯이다.
전직 초등학교 교장과 교육장 출신. 영천 중앙초교에서 정년퇴임한지 만 10년이 됐다. 지금은 대구시 동구 신암4동 단층 슬라브 집에서 세살 아래 교사출신 부인과 단 둘이 산다. 슬하의 남매는 모두 결혼해 오래전 분가했다.
이력이 이것 뿐이라면 그에게 특별히 관심을 가질 이유가 없다. 그는 80을 바라보는 오늘까지 수불석권(手不釋卷:손에서 책을 놓지 않는다)했다.
책 1만권 독파가 일생의 목표다. 요즘도 책상앞에 앉아있는 시간이 하루 평균 10시간을 넘는다. 그것도 모자라 그는 올해 다시 사고(?)를 쳤다.
계명대학교 정책대학원 석사과정과 한국방송통신대학교 교육학과 3년과정에 한꺼번에 등록했다. 건성으로 하는 게 아니다. 교과서는 도처에 밑줄이 그어져 있고 형형색색 온갖 색칠로 가득하다.
이에 앞서 그는 나이 일흔에 화훼재배 기능사, 일흔 하나에 조경기능사 자격증을 땄다. 이어 일흔 넷에 독학사 시험에 합격해 바라던 행정학 학사학위를 취득했고 지난해엔 한차례 낙방한 일본어 능력 1급시험에 합격했다.
참 잊은 게 있다. 그가 밟은 정규 교육과정은 고향 안동의 국민학교(초등학교) 과정이 전부다. '국졸'이 어떻게 교사가 됐느냐고. 강의록으로 주경야독해 초등학교 교사 자격증을 따냈다. 그의 나이 열입곱살 때였다. 중등교사 자격증과 교장자격증도 물론 시험을 거쳐 땄다.
단도직입, 바로 물었다. 공부가 지겹지 않느냐? 무엇때문에 평생을 시험과, 책과 씨름하느냐? 돌아온 대답은 간단명료했다. 책을 통해 새로운 지식을 얻는 게 즐거웠고 글쓰기를 좋아한다고. 너무 '교과서적'이다. 보충설명을 요구했다.
"정년 퇴임후 '퇴직교장 모임'등 여러 계모임에 불려나갔습니다. 그런데 잡담을 나누거나 음주, 고스톱 등으로 소일하는 겁니다. 시간이 아까웠어요. 그래서 책을 읽고 토론하자고 제안했습니다. 모두 찬성했지요. 그러나 실제로 책을 읽고 오는 사람은 저밖에 없었어요. 결국 흐지부지 모임이 깨지고 말았습니다".
40여년간 교단을 지킨 원로여서 우리 교육현실에 대한 의견을 슬며시 떠보았다. 역시 돌아온 대답은 원론적이다. 그는 "교사가 '사랑'과 '열성'만 있으면 교육이 올바로 설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학력이 높고 학벌이 좋다고 교육을 잘하는 게 아니란다. 요즘 아이들이 컴퓨터 게임과 비디오에 빠져 책을 읽지 않는다고 지적하자 "부모가 함께 책을 읽고 토론하는 시간을 자주 갖는 게 최선"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몸피는 작아도 건강해 보인다. 건강유지 비결을 묻자 "등산할 시간도 없어 집주변을 산책하는 게 유일한 운동"이라며 "늙을 시간, 아플 시간이 없게 바쁘게 사는 것이 비결"이라며 싱긋 웃는다. 그 웃음이 20대 젊은이 보다 싱그러웠다.
조영창기자 cyc1@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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