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美 핵테세 검토 보고서

◈선제 핵공격 시사 '파문'

미국이 이라크, 이란, 리비아, 시리아, 북한은 물론 러시아와 중국 등에 대해서까지 유사시 핵무기를 사용한다는 긴급대책 계획을 담은 '핵 태세 검토 보고서'(NPR)가 알려지자 국제사회에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이번 비밀보고서에 대해 파월 국무장관, 라이스 백악관 안보담당보좌관 등 고위관리들은 "미국의 새로운 핵무기 정책이 아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아시아와 중동 일부지역을 잠재적인 핵 전장으로 꼽고 있다는 점에서 큰 우려를 낳고 있다.

◇보고서 내용=지난 1월 8일 미 의회에 제출된 이 보고서는 특히 미국이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는 새로운 돌발상황으로 이라크의 이스라엘 또는 인접국 공격, 북한의 남한 공격, 대만해협을 사이에 둔 군사충돌 등을 들고 있다.

이 보고서는 옛 소련의 핵 공격에 대한 억제력으로서 핵무기를 사용한다는 냉전 시절의 입장에서 탈피할 것을 촉구하는 한편 북한, 중국, 이라크, 이란, 시리아, 리비아 등을 미국의 잠재적인 핵공격 대상으로 삼고 있다.

이와 함께 미국의 핵무기실험 재개 및 신형 핵무기 개발 가능성을 거론하고 있으며 비(非) 핵국가에 대한 전통적인 (핵무기) 겨냥금지 정책 및 핵무기실험 유예조치의 존속 필요성에도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의미=과거 핵무기를 '적 공격의 저지' 차원에서 인식해오던 미국이 '적을 궤멸시키는' 수단으로 인식하는 등 정책변화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이 비밀보고서는 특히 과거 강대국들이 핵무기는 결국 모두를 파괴시킨다는 인식 아래 평화유지의 수단으로 이용했던 것과는 다르다는 점에서 이같은 우려를 뒷받침하고 있다.

따라서 미 국방성의 이번 비밀보고서는 상호파괴의 확인이 아니라 일방적인 파괴의 확인, 즉 어떤 독재자나 그가 사용하는 대량살상무기가 안전치 못하다는 것을 알려주는 의미가 강하다.

◇각국 반응=이번 보고서에 대해 각국이 우려를 표명하고 있는 가운데 미국내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란의 테헤란타임스는 "이 보고서는 미 행정부가 헤게모니 장악 및 지배를 위해 세계를 파멸시키려 한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비난했다. 러시아 국방부 국제협력책임자를 지낸 레오니드 이바쇼프는 인테르팍스 통신에서 "러시아 정치인들은 이제 미국이 모스크바의 번영을 원한다는 환상을 버려야한다"고 말했다.

영국 자유민주당 멘지에스 캠벨 대변인은 옵서버지를 통해 "영국은 이제 미국의 미사일방어시스템 같은 체제들에 대한 지원 여부를 매우 신중히 생각해야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미국의 권위 있는 핵무기 전문가 윌리엄 아킨은 LA타임스에 기고한 칼럼에서 "이 보고서가 끔찍하고 새로운 핵전쟁 돌발사건의 싹을 나오게 하고 있다"며 "비밀 핵계획은 생각도 할 수 없는 것들을 기술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뉴욕타임스도 부시 대통령의 핵정책이 '선제공격'으로의 변화를 추구하는 급진적이며 위험한 발상에서 나온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신문은 국방성 보고서가 핵무기 사용으로 인해 얻는 이익을 구체적으로 열거했으나 그런 정책수립으로 인해 치러야 할 댓가에 대해서는 거의 언급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서종철기자 kyo425@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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