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진 죽변파출소가 운영하는 '현대판 신문고'가 주민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지난 2월말부터 파출소 담장에 아크릴판으로 만든 자유게시판을 설치, 주민들이 고충이나 건의사항을 자유롭게 적을 수 있도록 한 것.
두달전 고향인 죽변으로 부임해 온 지효근 소장이 조선시대 백성들의 민원을 살피던 신문고 제도에서 착안해 만들었다.
경찰서 인터넷사이트에 접수되는 민원도 적지 않지만 죽변은 시골이어서 컴퓨터를 다룰줄 모르는 노년층이 많고, 주민들이 길거리를 오가다 일상에서 겪는 사소한 민원을 자유롭게 밝히도록 하자는 취지.게시판을 설치한 지 불과 10여일 밖에 안됐지만 인기는 가히 폭발적이다. 가로 1.5m, 세로 1m 크기의 게시판에 빈 여백이 없을 정도.
그러나 처음엔 게시판에 대한 반응이 그저 그랬다. 장난끼 어린 글들이 한두개 올라올 뿐 주민들은 그저 시큰둥했다. 하지만 매일 아침 직원들이 메모장을 들고 하루 동안 적힌 글들을 꼼꼼히 기록하고 사실여부를 확인하러 다니는 진지한 모습에 최근의 분위기는 크게 달라졌다.
'주정차 문제를 해결해 달라', '신호등을 설치해 달라'는 민원부터 '지역 탁구동호회에 관심을 부탁한다', '파출소에서 키우는 강아지 이름이 뭐냐'고 묻는 밉지(?)않은 이야기까지 다양한 의견이 실리고 있다. 또 '선배들이 자꾸 괴롭힌다'는 제법 비중있는 민원으로 건수(?)를 올리기도 했다.
"맞춤법에 어긋나고 온통 사투리로 적어 이해하기 어려운 글도 있고, 때로는 욕설이 적힌 경우도 있습니다. 하지만 게시판이 주민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여과없이 담아내 신뢰받는 경찰상의 작은 촉매제가 되길 바랄 뿐입니다". 지 소장과 직원들은 게시판에 적힌 글들을 읽고 처리하는 일이 즐겁다고 말했다.
울진경찰서는 죽변파출소의 현대판 신문고가 주민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자 역내 모든 파출소에 이를 도입하는 방안까지 검토 중이다.
울진.황이주기자 ijhwan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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