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인물 포커스-마임은 시...우주로 훨훨

대화로 풀수 없는것몸짓으로 해결해요

"나 혼자 '마임 아티스트'라고 그러구 다녀요(웃음). '마이머'란 말은 연기만 하는 사람이란 느낌이 있어요. 하지만 마임은 '원 맨 아트'잖아요?"

조성진(44.한국마임협회 부회장)씨를 만났다. 대구에서 '축제문화연구소'를 운영하면서 3년 전부터 '대충 한달에 한번쯤' 시작한 '도란도우 거리공연'이 지난 10일로 벌써 38회째를 맞았다. '도란도우(道浪都友)'는 '거리에 물결을 만드는 도시의 친구'라는 뜻이란다.

거리공연을 고집하는 이유를 물었다.

"거리에선 아무짓이나 하고 있어도 구경꾼들이 모여들어요(웃음). '사람들이 볼거리에 굶주려있구나…'. 그런 생각을 해요. 거리는 거칠고 황폐하지만, 그만큼 더 자극적이예요.

길에서 하는 공연치고 마임만큼 매력적인 것도 드물어요. 소리보다는 희안한 '짓'이 더욱 눈길을 붙들어 매는 법이니까. 관객과 호흡하기도 편해요. 세트장치도 필요없고, 몸 하나로 공연채비가 끝나니까 '아니구나'싶으면 판을 접기도 쉽죠".

그의 마임예찬을 들어보자.

"마임은 시적(詩的)이예요. 자신이 표현하고자 하는 핵심만 말해요. 핵심만 연기하면서, 전체를 상상하도록 하지요.

산문으로 우주를 날아다닐 수는 없지만, 시는 몇 개의 단어로 천지를 창조할 수 있어요. 새가 되기도 하고, 나무가 되기도 하고…. 마임은 시와 참 많이 닮았어요".

그는 요즘 한국적인 마임보급에 열을 올리고 있다. '한국적'인 마임은 뭘까. "우리네 걸음걸이가 외국인의 그것과 다르듯, 우리 몸에 기억된 것은 다릅니다. 다른 몸은 다른 문화를 낳고, 다른 삶을 살도록 해요".

한국적인 마임은 그의 말을 빌리면 '우리 몸에 원래 나 있는 길을 찾아나서는 것'쯤이다.

"관객들이 '아, 몸이란 게 저런데도 쓰이는구나. 일하고 먹는데 쓰는 몸이 훌륭한 표현도구로구나' 이런 생각을 했으면 합니다. 아름답고 생기있는 몸에 대한 욕구를 가졌으면 해요. 언어로는 거짓을 말할 수 있지만, 몸은 애써 꾸미기가 어려우니까".

대화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것들을 몸으로 표현할 수 있다면 세상은 얼마나 더 아름다워질까. 그가 마임을 하는 궁극적인 이유다.

인터뷰 내내 가수 예민의 '어느 산골소년의 사랑이야기'가 흘러나왔고, 문득 그가 세상이 궁금해 견딜수 없는 소년같아 보였다.

최병고기자 cb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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