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가르쳐주지 않아도 어린이들은 본능적으로 만화를 좋아한다. 왜 그럴까? 어린이들의 대답은 하나같이 '재미있어서'이다. 어른들도 만화의 기본 원리와 '재미' 요소에 대해 안다면, 어린이들이 만화를 좋아하는 이유와 속내를 더 잘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우선 만화는 진지하고 엄숙한 인물이나 사실적인 얘기를 단순화시키고 희화화시켜 표현하려 한다. 이런 표현법을 흔히 '상징'이라고 하는데, 만화는 이러한 상징들을 무수히 많이 쓰는 언어 체계를 갖고 있다. 아이들에게 인기 있는 '엽기토끼'나 '졸라맨' 같은 캐릭터의 속성이 바로 상징성이다.
조금의 학습만으로도 신호등이 파란불일 때 길을 건너고, 산에서 피어오르는 연기를 보고 산불임을 아는 것처럼 상징 언어는 이유나 설명이 필요 없다. 그냥 느낌으로, 감각으로 알 뿐이다.
상징 언어는 또한 틀에 얽매이지 않아 자유롭다. 다만 무언의 약속만 있으면 된다. 졸라맨처럼 동그라미나 작대기 몇 개만으로도 사람을 나타낼 수 있는 게 만화의 특징이다. 상징 언어야말로 어린이들의 풍부한 감성과 자유로운 상상력에 맞아떨어져 그들을 열광시키며 더할 나위 없이 좋은 미디어가 된다.
하지만 어른들은 오랜 문자 문화의 가치관에 빠져 있다. 때문에 문자로 된 책을 읽는 어린이는 칭찬하지만, 만화를 보는 아이는 조금 '문제' 있게 봐 왔다. 만화를 인정한 것도 그리 오래 되지 않았는데 만화를 자녀와 의사소통의 도구로 활용하라고 한다면 더더욱 낯설 것이다.
그러나 상징 언어에 익숙한 요즘 어린이들을 이해하고 교육적으로 활용하는 데 만화는 좋은 매개가 된다. 이는 부모가 만화에 대한 나쁜 선입견을 버리고 자녀와 같이 만화를 보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자녀와 함께 만화를 보는 일이 결코 한심스런 게 아님을 알아야 한다. 만화를 보고 친구처럼 서로 재미있게 떠들다 보면 어느새 부모와 자녀 사이에 공감대가 싹트는 것을 볼 수 있을 것이다.
부모와 자녀의 관계가 '명령'과 '순종'의 코드가 아닌, 대등한 존재라는 의식으로 묶일 수 있어야 올바른 의사소통도 가능하다. 말이 통한다면 부모와 자녀 사이에 빚어지는 크고 작은 문제는 그리 심각하지 않다. 만화를 통해 자녀와 '말'을 주고받는 계기를 만들어보자. 만화의 내용이 옳으냐 그르냐에 대한 토론은 그 다음 문제다.
김경호(미디어교육연구소장 nadlemo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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