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실체 드러내는 '세풍 로비'

세풍그룹이 지난 96, 97년 국제자동차경주대회 유치와 관련해 회사돈 수십억원을 빼돌린 뒤 이중 상당부분을 정·관계에 뿌렸다는 의혹이 점차 사실로 드러나고 있어 정치권 등에 파장이 확산되고 있다.

대검 '공적자금비리 합동단속반'은 유종근 전북 지사가 세풍월드 전 부사장인 고대용씨로부터 자동차경주대회 유치에 각종 편의를 봐달라는 부탁과 함께 4억원을 받은 사실을 확인하고 13일 고씨에 대해 뇌물공여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단속반은 돈을 받아 전달한 것으로 알려진 유 지사 처남 김모씨를 14일 소환조사한 뒤 이르면 금주말이나 내주초 유 지사를 직접 불러 조사한다는 방침이어서 유지사에 대한 사법처리는 기정사실화 돼가는 분위기다.

처남 김씨는 "유 지사가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자동차경주대회 유치에 관심을 가졌지만 세풍으로부터 돈을 받은 일은 없다"며 "돈을 받았다는 97년 하반기에는 나도 주로 외국에 있었기 때문에 시기적으로도 맞지 않는다"고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단속반은 이에대해 "세풍그룹 관계자들의 진술은 대부분 확보했으며, 계좌추적도 상당부분 진척돼 유 지사를 추궁할 단서는 충분하다"며 "유 지사 소환은 시기문제만 남았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그러나 단속반이 유 지사를 사법처리하고 세풍그룹의 또 다른 정·관계 로비의혹규명을 위해서는 그룹을 경영했던 고대원·대용 형제가 횡령한 회사돈 39억3천만원과 10억원의 용처 추적이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세풍측이 지역민방사업(96년)과 자동차경주대회 유치(97년) 등 대형 사업에 뛰어들면서 회사규모나 자산상태, 주변여건 등에 비춰 결코 쉽지 않은 이권사업을 잇따라 따내는 과정에 이 자금이 뿌려졌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단속반은 이와관련 세풍월드가 지난 96년부터 추진하기 시작해 모두 9건의 사업인·허가를 97년에 받은 자동차경주대회 유치와 관련된 로비 의혹쪽에 수사초점을 맞추고 있다.

96년 사업자 선정이 이뤄진 지역민방사업의 경우 그 무렵 로비자금 수수가 이뤄졌다 하더라도 알선수재나 뇌물수수의 공소시효(5년)가 지나 처벌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

지역민방과 관련해 돈을 받았다는 풍문이 도는 정·관계 인사들에 대해 단속반이 쉽사리 손을 대지 못하는 것도 혐의 여부를 떠나 수사해도 처벌이 어렵다는 점을 감안한 것이다.

결국 단속반은 세풍월드가 자동차경주대회와 관련해 정·관계 인사들을 상대로 벌인 로비의혹에 수사력을 집중할 것으로 보이며, 고씨 형제가 횡령한 39억3천만원과 10억원에 대한 계좌추적 결과에 따라 실체 규명 여부가 좌우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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