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월드컵 카운트다운-(2)음식

식당을 보면 그 나라 문화수준을 알 수 있다는 말이 있을 만큼 먹거리가 문화 경쟁력을 결정하는 중요한 잣대가 되고 있다.

대구시는 월드컵을 맞아 대구를 찾는 내·외국인들에게 깔끔하고 입맛 돋우는 음식을 제공하기 위해 2년전부터 월드컵 지정 음식점 선정 작업을 벌여 기존의 모범 음식점 1천92개소와 일반 음식점 268개소 등 총 1천360개소를 확정했다. 지정 음식점은 관광객들의 편의를 위해 지정 숙박업소 인근을 중심으로 선정됐다.

그러나 준비의 핵심을 이루는 메뉴측면에서는 아직 문제점이 많다.따로국밥 전문점 7곳이 전통음식점으로 지정된 것 외에는 딱히 내세울만한 음식이 없다. 국내외 손님들의 입맛에 맞는 음식을 개발하려는 음식점들의 움직임도 거의 없는 실정이다.

호텔 식당도 사정은 비슷하다. 인터불고호텔과 대구그랜드호텔의 경우 월드컵 특수를 노린 신메뉴 개발 계획을 마련하지 않고 있어 내세울 만한 음식문화가 사실상 실종된 상태다.

지나치게 맵고 짠 기존 음식의 맛에 거부반응을 보이는 외국인들을 위해 맛이 순화된 별도 메뉴개발도 필요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여행업계 관계자들은 "그지역 특유의 음식을 먹는 것은 여행의 큰 즐거움중 하나"라며 "관광객들이 대구의 맛으로 기억할 수 있는 음식메뉴 발굴을 서둘러야 한다"고 말했다.

1천360개소의 지정 음식점 가운데 아침을 제공하는 곳이 현재 107개소에 불과하다는 것도 문제가 되고 있다. 대구시가 아침 영업을 유도하고 있지만 밤 늦게까지 문을 연 뒤 아침 일찍 영업을 재개해야 하는 부담 등으로 음식점 주인들이 이를 기피하고 있어 지정 숙박업소 투숙객들의 불편을 해소하기 위한 대책마련이 시급하다.

또 과거에 비해 많이 좋아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긴 하지만 음식점 위생상태와 종업원들의 친절도 더 개선돼야 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종업원들의 표정이 굳어 있고 화장실과 주방 등의 위생상태가 일정 수준에 미치지 못하는 음식점이 아직 적지않다.

한편 대구시는 음식점 분위기 개선을 위해 지정 음식점 중 불고기, 냉면 등을 판매하는 업소를 중심으로 멜로디 칩이 내장돼 사용할 때 음악이 흘러 나오는 가위 4천475개와 위생복 4천956벌을 배부했다.

이와 함께 영어, 일어, 중국어 등으로 표기된 메뉴판과 종업원들의 이름을 적어 패용할 수 있는 명찰, 7개국어로 된 회화책 1만부를 지역 음식점 등에 비치했다.대구시 월드컵 지원반에서도 다음달까지 영어, 일어, 중국어 등으로 표기된 숙박업소, 음식점 이름과 전화번호 등을 담은 책자 10만부를 만들어 음식점, 역, 공항 등에 배포할 계획이다.

대구시와 각 구청은 △외국어 표기 메뉴판 사용 △종업원들의 명찰 패용 등 사항에 대해 수시 지도점검하고 있으며 음식업중앙회 대구지회도 종사자 2만2천여명을 대상으로 4월말까지 위생 및 친절 교육을 중점적으로 실시한다.

동구청 등 일부 구청은 관내 월드컵 지정 음식점을 담당하는 전담 공무원제도를 도입, 월드컵 손님맞이 준비를 하고있다.

대구시 한 관계자는 "좋은 음식을 제공하겠다는 시민 의식이 선행돼야 좋은 음식 문화가 창조될 수 있다"며 "선진문화도시 이미지에 걸맞은 음식문화 만들기를 위해 민·관 합동 차원의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경달기자 saran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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