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양모(39)씨는 3년전 아버지가 병으로 세상을 떠났을 무렵 물려받을 재산이 없어 상속에 신경을 쓰지 않고 지내다 뜻밖의 어려움에 부닥쳤다. 지난해 12월 한 금융기관으로부터 선친 명의로 5천만원의 대출금과 연체이자가 있으니 상속자인 양씨가 변제하라는 독촉장을 받았던 것.
아버지의 채무를 감당할 형편이 안되는 양씨는 상속포기를 하려했으나 포기는 '상속이 개시된 날로부터 3개월 이내'에 하도록 돼 있는 민법 때문에 고스란히 빚을 떠안을 처지였다.
다행히 올 1월 상속인이 상속채무가 상속재산을 초과하는 사실을 알지 못했거나 단순승인을 한 경우 '사실을 안 날'로부터 3개월내에 한정승인(상속재산의 범위내에서만 채무를 책임지는 것)을 할 수 있도록 민법이 개정됨에 따라 양씨는 서둘러 법원에 상속포기를 신청했다.
가계부채가 급증하고 있는 가운데 채무 부담을 우려, 상속을 포기하는 사람들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 대구지법 가정지원에 따르면 지역 상속포기 신청건수는 지난 한 해 301건으로 한달 평균 25건에 이르고 있다. 특히 올 초 한정승인을 할 수 있도록 민법이 바뀐 이후부터 신청자가 급증, 2월말까지 신청이 무려 161건에 달했다.
상속포기 신청자들은 부모나 남편 등의 사망으로 재산을 상속받았으나 드러나지 않은 채무가 나타날 수 있는 가능성 등에 대비, 상속을 포기하고 있다.
상속포기 신청 증가는 지난 98년 183조원에서 지난해 316조원으로 2배 가까이 증가한 가계부채, 2000년 208만명에서 지난해 245만명으로 18% 늘어난 신용불량자와 함께 가정경제의 어려움을 보여주는 '바로미터'란 측면에서 주목을 끌고 있다.
한편 상속포기를 통해 재산상 이득을 취하려는 등 제도를 악용하는 사례도 불거져 문제가 되고 있다. 법원 한 관계자는 "보증인을 세워 아버지가 금융기관에서 큰 돈을 대출받은 뒤 교묘한 방법으로 자식에게 재산을 넘겨준뒤 자식이 상속을 포기, 결국 보증인에게 채무를 떠넘기는 일도 있다"고 말했다.
또 자식이 재산이 많은데도 아버지의 채무를 갚지 않기 위해 상속포기를 하는 경우도 없지않다고 법원 관계자는 귀띔했다.
이대현기자 sky@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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