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서민들은 '죽을 맛'

서민들의 생활상이 말이 아니다. 온 나라가 경기회복 기대감에 들떠있는 요즈음 서민들의 생활은 오히려 '죽을 맛'이라는 실상을 당국은 제대로 파악이나 하고 있는지 울화가 치민다. 물론 경기 회복의 열매를 서민층에서부터 따 먹을 수는 없지만 적어도 이들의 생활을 더 악화시켜 사회적 박탈감과 소외감을 증대시키는 모순을 범해서는 안될 것이다.

수도권의 부동산 붐 영향으로 지역 아파트 전세값이 치솟자 매매계약까지 체결하고도 일방적으로 해약당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고 한다. 전세를 월세로 바꿔 살림살이를 줄이겠다는 서민들이 줄을 잇고 있는데도 전세 경우 매물이 아예 자취를 감춰 집없는 서민들은 갈곳을 찾지 못하고 있다는 3월 12일자 본지 보도는 '빈익빈 부익부'의 극단을 보여주는 사례가 아닐 수 없다.

지난 97년 이후 외환위기 극복을 구실로 서민들을 거의 옥죄다시피 해놓고 의료, 교육은 물론 주택 정책에까지 목소리 큰 쪽의 손을 들어주는 포퓰리즘(인기영합주의)으로 인해 서민들은 부담만 늘고 혜택은 줄어드는 2중 3중고(苦)에 신음하고 있다. 최근에는 주가 상승에다 부동산 가격 급등으로 중산층 이상은 그나마 경기 회복의 이삭을 줍고 있으나 기초 체력이 부족한 서민들의 생활은 더욱 비참해졌다는 사실은 바로 서민정책 부재(不在)를 드러낸 것이다.

지난 2000년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은 세계 13위, 1인당 국민총소득은 세계 36위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서민들의 '그늘'은 더욱 짙어졌다. 소득계층 5단계 가운데 최상위 소득과 최하위 소득의 격차는 1990년의 4.64에서 2000년 5.32로 급격히 높아졌다. 가계에서 교육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4.9%로 세계 최고 수준이다.

의료비 증가에다 치솟는 물가 속에 교육비는 날로 부풀고 있으니 서민들의 생활은 더 이상 언급할 필요조차 없다. 게다가 실업률 3.7%(2월 현재)는 대부분 서민들의 몫이 아닌가. 현 정권의 정책 이념인 '생산적 복지'가 과연 누구를 위한 복지인지 정부는 서민생활을 재점검해 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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