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경기속도 조절 필요

불황에 대한 불안이 사회 전반을 짓누르고 있는 분위기 속에서 경기과열 논쟁이 일고 있다는 것은 상식적으로는 납득이 가지 않는 일이다. 그러나 지금의 정책 효과가 앞으로 6개월 내지 1년 뒤에 나타난 점을 감안하면 논란을 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지금 우리나라 경기는 겨우 내수 중심으로 회복세에 들어서고 있을 정도이다. 아직 수출과 설비투자가 본격화되지 않고 있어 완전한 경기회복이라고도 보기 어려운 실정이다.

그러함에도 경기과열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은 공적자금이 150조 원이나 투입돼 있어 통화량이 평소의 배(倍) 정도 늘어나 있는데다 금융기관의 가계대출이 총대출의 50% 가까이 되는 등으로 민간의 소비여력이 충분하고 또 경기부양을 위해 정부가 의도적으로 상반기에 재정의 65%를 집중적으로 푸는 등 돈이 너무 풀려 있는 상태다.

게다가 갈 곳을 잃은 유동성 자금이 증시와 부동산에 몰리면서 금융장세의 양상으로 회복되는 등 도처에 거품의 가능성이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만약 하반기에 수출이 회복된다면 우리 경제는 89년의 양상처럼 거품경제로 떨어질 수도 있다. 전경련이나 삼성경제연구소 등 민간 쪽에서 우려하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사태가 이러함에도 정부의 입장은 아직 정확한 기조를 잡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기획예산처 장관은 "재정을 상반기 조기집행보다 상하반기에 균형 있게 집행하겠다"고 했으나 재경부 등 대다수는 "전체 재정정책이나 통화정책의 근본적인 수정을 검토할 때는 아니다"라며 반대입장을 보이고 있다.

여기서 우리는 경기회복은 일단 성공적이라고 보고 과열은 되지 않도록 경기부양보다는 경기관리로 나가는 것이 옳다고 본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수출이 회복되는 일이다. 그래야 진정한 경기회복이 되기 때문이다. 경기관리도 결국은 수출이 회복되었을 때 경기에 주름을 주지 않기 위한 사전 조치일 때 의의가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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