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가 14일 상장 대기업을 포함한 13개사의 분식회계에 대해 제재조치를 내린 것은 애매모호한 기업회계기준을 유리하게 적용해온 관행에 '쐐기'를 박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이는 엔론사태를 계기로 기업들의 자의적인 회계기준 해석에 대해 경고의 메시지를 보내는 한편 앞으로 회계감리를 투자자 등 회계정보를 이용하는 고객들을 보호하는 관점에서 해나가겠다는 방침을 분명히 한 것이다.
특히 모든 회계사실에 관해 구체적으로 규정할 수 없는 회계기준의 특성을 이용해 경영진이나 회계법인이 기업회계기준의 기본원칙에서 벗어나 부당한 회계처리를 하는 이른바 '창조적 회계'와 '공격적 회계'에 적극 대응하겠다는 단호함을 보여주려 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에 기업회계기준 위반 혐의로 적발된 기업들의 경우에도 '부의 영업권 환입'을 '20년 이내 합리적 기간'으로 포괄적으로 규정한 회계기준의 빈틈을 이용해 자사에 유리하게 적극적으로 해석했다고 증선위는 여기고 있다.
증선위는 나아가 이들 기업이 '창조적 회계' 또는 '공격적 회계'를 이용했을 뿐만 아니라 피투자회사의 순자산가치에 대한 평가절차 없이 부의 영업권을 계산한 점은 명백히 기업회계기준을 위반한 것이라고 제재조치의 정당성을 강조했다.
다만 증선위 내부에서도 지분법 회계가 도입 초기이고 처리기준이 구체적으로 제시되지 않은 점 등을 들어 제재보다는 지도·계몽을 통해 접근해야 한다는 '온정론'도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황인태 전문위원은 "기업회계기준이 표면적으로는 해석을 달리할 수 있는 부분이 있지만 근저에 흐르는 합리적 기준은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것"이라며 "이익을 부풀리는 등의 특정한 의도를 가진 적극적인 해석은 회계기본원칙에 부합되지 않는행위"라고 말했다.
한편 금융감독위원회로부터 중징계를 받은 13개 기업은 회계처리가 적합했다는 내용의 반박자료를 발표하는 등 일제히 반발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들은 정당한 회계처리를 인정받기 위해 불복절차를 밟겠다는 입장이어서 이번 제재의 정당성을 둘러싼 치열한 법적논란이 예상된다.
한화그룹은 "당시 회계기준에 의거했을 때 전혀 하자가 없었던 것을 이제와서 문제삼는 것은 억울한 일"이라며 "그때 회계처리 내용은 감사보고서 등을 통해 이미 다 공시가 돼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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