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장이 없는 앞 마당을 훤히 내놓은 집들, 골목을 수놓는 아름다운 벽화, 그리고 미술관 옆 국악원이 한 동네에 모여있다면…. 가히 '문화마을'이라 할 만하지 않을까".
눈이 즐거운 대구시 중구 삼덕동에 '소리'가 더해지면서 문화마을로 탈바꿈하는 마무리 손질에 접어들었다. 시민단체 '인간과 마을(대표 김경민)'이 주관, 추진중인 '삼덕동 마을만들기 운동'이 2년여간의 노력끝에 마을국악원 창립으로 결실을 맺게된 것이다.
마을국악원 '마고재'(104평 규모)는 전통한옥 양식을 그대로 따랐다. 25평의 본채와 3.5평의 사랑채, 솟대가 높게 선 아담한 뜰…. 민속촌이나 고향마을에서 봄직한 마을 재실의 정취를 고스란히 자아내고 있다.
본채와 사랑채는 주민들을 대상으로 한 판소리, 대금, 해금 등 전통국악기의 강습장소로 활용되며, 어린이 탈춤패를 구성, 마당에서 탈춤강연도 펼칠 계획. 판소리, 남도민요, 단소, 전통무예 '해동검도'를 무료로 가르치고, 마니아반을 위한 강습프로그램도 마련돼 있다.
삼덕동 마을만들기운동은 상업적 기준에 의해 분할된 '천박한' 도시공간에 인간적이고 심층적인 공동체공간을 만들어내는 것이 가능한가에 대한 실험적 시도.
지난 98년 11월 삼덕동 일대 담장허물기를 시작으로 막을 연 마을만들기 운동은 '빛살 미술관'을 개관하면서 본격적인 궤도에 올랐다. 지난 2000년 11월 마을 국악원 옆에 자리잡은 미술관(100평 규모) 역시 전통 한옥가옥의 외양을 본땄다.
이곳에선 마을 어린이들의 작품을 비롯한 그림 100여점이 전시되기도 했고, 미술관 마당에선 아이들을 위한 '흙장난 놀이터', 주민들을 위한 '선비교실'도 운영되고 있다.
삼덕동 주택 곳곳마다 그려진 벽화만도 20여군데. 삭막한 골목길이 벽화로 인해 우중충한 때를 벗었다. '동네'라는 생활공간 속에서 도시민들의 심미적인 욕구를 충족시켜 주면서도 강하게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주민 가까이에 온전히 녹아있다.
김경민(40) 인간과 마을 대표는 "삼덕동 마을만들기는 삶의 공간이 갖추어야 할 최소한의 조건을 이루기 위한 마을주민 스스로의 공동체적인 노력의 첫걸음입니다. 허물어진 담장 너머로 이웃간의 정이 오가고, 미술관.국악원이 마을회관의 구실을 하는 이곳은 전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동네가 될 것입니다"고 말했다.
한편 16일 오후 4시 중구 삼덕동 마을국악원에서는 '마을국악원 현판식 및 사랑채 상량식 축하공연'이 열린다. 공연 주제는 '소리마을 만들기'. 대구지역 젊은 국악.양악 음악인들이 결성한 타악연주그룹 '공감'이 사물과 드럼, 판소리, 모듬북, 라틴 퍼구션으로 신명나는 '오버크로스' 무대를 연출한다.
최병고기자 cbg@imaeil.com
댓글 많은 뉴스
[단독] 경주에 근무했던 일부 기관장들 경주신라CC에서 부킹·그린피 '특혜 라운딩'
최재해 감사원장 탄핵소추 전원일치 기각…즉시 업무 복귀
"TK신공항, 전북 전주에 밀렸다"…국토위 파행, 여야 대치에 '영호남' 소환
헌재, 감사원장·검사 탄핵 '전원일치' 기각…尹 사건 가늠자 될까
계명대에서도 울려펴진 '탄핵 반대' 목소리…"국가 존립 위기 맞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