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설치는 은행강도, 풀린 사회기강

강도들이 펄펄 날고있다. 은행금고는 강도의 저금통같다. 이틀이 멀다하고 무장한 은행강도가 설치는 것을 보면 지금 대한민국엔 '치안' 자체가 없는 것같다. 정치판의 관심도 국민을 위협하는 '총'이 아니라 자기네들끼리 갈라먹은 '돈'이요, 다음 대통령자리다. 은행강도가 설친 대전.서산.군산.서울 같은 도시들은 '할리우드'의 서부영화 세트장이 돼버렸다. 어제는 또 대전과 안산(경기도)의 두곳이 당했다. 이런 추세라면 은행강도들은 다음 활극장소로 대구.경북을 찍을지도 모르겠다. 두 경찰청장은 바짝 긴장해 주기 바란다.

최근 1주일새 전국에서 다섯곳의 금융기관이 털렸다. 지난해 12월의 대구.대전것까지 합치면 석달새 은행강도가 7건이다. 범행무기는 대부분 총이다. 총기소지가 엄격히 금지되고 있는 나라에서 권총과 엽총.소총으로 무장한 강도들이 날뛴다는 것은 결코 예삿일이 아니다. 과거같으면 연말연시에나 있었을 법한 이 은행강도가 장티푸스나 감기처럼 사철행사로 돼버린 것은 근본적으로 경찰과 금융기관의 방범체계가 녹슬었다는 얘기요, 그간의 경제성장에 따른 사회적 '모럴헤저드'에 경찰.금융기관 모두 동참했다는 얘기라고 우리는 본다.

놀랍게도 인터넷과 암시장에서 불법총기가 버젓이 판매되고 , 새총이 쉽게 살인총으로 개조된다면 국민은 편히 잠들 수가 없다. 이런식의 무기관리체계라면 법의 관리하에 있는 수십만자루의 개인총기류는 언제든지 범죄에 동원될 수 있다는 얘기가 된다. 여기다 경찰 개개인의 책임감도 나사가 빠진 듯하다. 수사가 미궁에 빠지면 마치 안잡히는 게 당연한 것처럼 자기최면.자기합리화에 빠지는 게 사람의 생리 아닌가. 우습게도 경북도내 일부 파출소에선 잠자다 총기를 빼앗길까봐 새벽시간대에 파출소 문을 닫아거는 해프닝까지 빚고있다는 보도도 있었다. '고양이가 쥐 겁내는 꼴'이라 하지 않겠는가.

제집의 안전을 경찰에만 맡겨놓는 금융기관들의 '무책임한 생각들'도 은행강도를 부추기는 한 원인이다. 엊그제 매일신문 취재팀이 대구시내 금융기관의 방범상황을 점검해 봤더니 엉터리가 수두룩했다고 한다. 경비가 아까워 청원경찰 대신 총없는 용역경비원을 쓰는 곳이 대부분이요, CCTV를 아직 설치하지 않은 '겁없는 은행'들도 적지 않았다니 남의 돈을 관리하는 금융기관들의 '모럴헤저드'도 심각한 수준이다. 더구나 은행이 털리더라도 보험처리가 되니 답답할 게 없다는 식이라면 어처구니가 없지 않다. 도대체 그돈 아껴서 누굴 주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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