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영화 주연이 누구였지? 영화 결말이 어떻게 되더라?' 기억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때로 가슴을 후벼파는 주인공의 명대사가 좀체 잊혀지지 않고 새록새록 살아나 여운의 꼬리를 길게 남기곤 한다.
'박하사탕'에서 설경구의 절규하는 "나 다시돌아갈래", 넘버 3 송강호의 "배신, 배반이야", '봄날은 간다' 유지태의 "사랑이 어떻게 변하니". 명대사는 관객의 뇌리에 그 장면을 깊게 각인시킨다.
일본관객들에 깊은 인상을 심은 첫 한국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 "내 기억속의 무수한 사진들처럼 사랑도 추억으로 그친다는 것을 나는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당신은 추억이 되지 않았습니다. 사랑을 간직한 채 떠날 수 있게해준 당신께 고맙다는 말을 남깁니다". 사랑하지만 되돌려 보내야 하는 연인에 대한 애틋함이 가슴을 아프게 한다.
'파이란'에서 "그래 나 호구다. 옛날에도 호구였고, 지금도 호구다. 국가대표 호구다"라고 외치는 3류건달 최민식의 주절댐은 영화를 끝까지 본 관객이라면 웃기 힘들 수 있다.
출연진의 독백이 두드러지는 왕가위 감독의 영화는 광고카피 같은 명대사의 모음집. '중경삼림'에서의"지금 이 순간 매우 따뜻하다...만약 사랑에도 유효기간이 있다면 나의 사랑은 만년으로 하고 싶다".명대사가 주는 감동은 코믹영화일수록 회자되는 법.
'다찌마와 리'란 인터넷 영화가 있다. 최근 '피도 눈물도 없이'로 주류대열에 올라선 류승완 감독의 작품. 시골에서 갓 상경한 처녀들을 추근대는 동네 불량배들에게 이 시대 협객 다찌마와 리는 말한다('맨발의 청춘'에서의 신성일 말투로).
"이제는 사내다운 삶을 살아야 할 게 아니냐. 천인공노할 무리들아, 인간사표를 써라" "대답이 없는 걸 보니 무척 고독을 즐기는 모양이로군". 짜르르한 감동이 폐부를 찌르지 않는가.
영구와 땡칠이의 "영구 엄따"도 정말 감동적이다. 이소룡의 한마디 "아뵤"는 얼마나 많은 이들의 코를 또 따갑게 했나.만화영화의 내레이션이나 주제가도 무척 감동적이다. 일요일이면 코흘리개들을 사로잡았던 일본애니메이션 '천년여왕'의 주제가.
"긴 머리 휘날리고 눈동자를 크게 뜨면 천년의 긴 세월도 한 순간의 빛이라네"(개인적으론 이만한 명문구를 보지 못했다).앞으로 얼마나 많은 영화 속 대사가 우리들을 감동의 도가니로 몰아넣을지 가슴 설렌다.
최병고기자 cb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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