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청이 거동봐라. 바람 맞은 사람같이 이리 비틀, 저리 비틀, 뱃전으로 나가더니, 다시 한 번 생각헌다. 내가 이리 진퇴함은 부친의 정 부족함이라. 치마폭 무릅쓰고, 두 눈을 딱 감고, 뱃전으로 우루루루루루루, 손 한번 헤치더니, 강상으 몸을 던져, 배이마에 꺼꾸러져 물에 가, 풍 빠져놓으니…'.
애닯게 꺾어지는 목소리가 발림(극적인 효과를 위해 창하는 사람이 곁들이는 몸짓이나 손짓)과 더불어 심청이가 인당수에 빠지는 대목에 이르면 나이드신 분들은 눈자위가 조금씩 붉어지기 마련이다.만나기가 쉽지 않은 신화실씨의 동초제 심청가 완창 발표회가 24일 오후 2시 대구시민회관 대강당에서 열린다.
6시간이 넘는 것을 4시간여로 줄여 실제 완창이라고 보기는 힘들지만 보통 2시간여로 공연되는 것을 감안하면 2배에 가깝다.동초제는 동초 김연수(1907~1974)가 확립한 것으로 동편제의 우람한 소리와 서편제의 아련한 소리를 합쳤다는 평가를 받고 있으며 목소리가 탁하고 성량도 부족했지만 끊임없는 노력으로 득음의 경지에 이른 명창이다. 동초제는 인간문화재 오정숙과 박봉선으로 이어졌고 오씨는 이일주.민소완.조소녀씨 등을 키웠다.
이번에 공연을 갖는 신화실씨는 2000년 11월부터 조소녀(전북도 무형문화재)씨를 사사해 동초제 심청가를 3개월만에 끝냈다."이번 공연을 위해 지난 5, 6개월 동안 매일 한 번씩 심청가 전 대목을 연습했습니다. 공연이 끝나면 조선생에게 춘향가를 배워 다시 완창 발표회를 가질 예정입니다".
신씨는 늘 연습에 혼신의 힘을 쏟고 있다. 너무 오랫동안 판소리계를 떠나 있었기 때문. 14세때 강산제의 대가로 공옥진씨의 부친인 공대일로부터 단가를 배우고 모친인 신국선(74)씨로부터는 강산제 심청가를 배웠지만 어려운가정 형편 등으로 소리판을 떠났다.
20여년이 흐른 지난 1998년 신씨는 이명희(대구시 무형문화재)씨의 문하로 판소리를새로 시작했으며 조소녀씨와 연이 닿아 동초제 심청가를 익혔다.신씨의 소리는 고음을 질러대는 철성과 저음으로 애원성인 수리성의 중간인 중성체로 아래.위를 모두 포괄하고 있는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4시간여의 공연은 다소 지루할 수 있지만 다른 판소리 마당과 같이 심청가에도 널리 알려진 더늠(명창들이 특징있는가락으로 짜 장기 삼아 부르던 판소리 대목)이 많아 그 대목을 주의깊게 듣는 요령도 필요할 듯.'심봉사가 심청을 어르는 대목' '심청이 밥빌러 가는 대목' '심청이 임당수에 빠지는 대목' '심청이 수궁에서 어머니를 만나는 대목' '심봉사가 눈뜨는 대목' 등이 특히 유명하다.
정지화기자 jjhwa@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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