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왜 사는가

화보가 많아진 7차교육과정의 바뀐 국어교과서(상) 4단원에 우리 산야를 찍은 큼지막한 사진이 실려있다.분홍빛 꽃이 활짝 핀 사진이 아름다워 첫 시간에 학생들에게 물었다.

"여러분 이게 무슨 꽃이죠" "국어시간에 웬 꽃"이라는 표정을 지은 학생들은 각양각색의 대답을 했다."벚꽃이요, 백일홍이요, 진달래요". 이것까지는 좋았다. 어떤 학생은 '국화'라고까지 답했다. 12명에게 물었는데아무도 몰랐다. 나는 이원수님의 시에 홍난파님이 곡을 붙인 '고향의 봄'을 나지막히 불렀다. '나의 살던 고향은 꽃 피는 산골, 복숭아꽃 살구꽃 아기진달래…'

학생들은 입학식 후 첫 시간에, 그것도 중요한 국어 시간에 꽃 이름을 묻지 않나, 선생이 노래를 부르지 않나,어리둥절한 표정이다. 나는 봄철 우리나라 산과 들에서 가장 흔한 꽃이 진달래 복숭아꽃 살구꽃이라 말하고 그래서 이 노래가 가장 정답고 친근감이 간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 꽃이 바로 그 복숭아꽃 또는 복사꽃이라고 했다.

"복숭아꽃을 모르다니 한심한 놈들…"하고 호통을 치고 숙제를 냈다면 아이들은 집에 가서 복숭아꽃에 관한 자료를 인터넷에서 찾는다고 야단법석을 떨 것이다. 간혹 어떤 부모는 내가 숙제를 대신할테니 그 시간에 학원이나 가라고 다그칠지도 모른다.

물론 그렇게 하면 아이들이 복숭아꽃을 확실히 알게 될 것이고 적어도 복숭아꽃에 관한 한시험도 잘 칠 것이다. 이렇게 이루어진 교육의 결과는 어떠할까? 복숭아꽃에 대한 정서적 공감이 일어날까. 지금 우리의 지식은 거의 이런 방식에 의해 주입된 것이기에 끔찍한 소식들을 접하게 되는 것인지도 모른다.

우리 정서를알게 해야 한다고 떠들어대지 말고 대구의 상징 능금꽃 피는 과수원 길이라도 걷도록 청소년들에게 여유를 좀 주자.4월 들어서면 청도의 산야 여기저기에는 복사꽃이 화사할 것이다. 눈부신 봄볕 아래 아들과 복사꽃 나무 밑을 거니는어머니가 학원 가라고 다그치는 어머니보다 훨씬 멋있지 않은가.

왜 사는가? 행복해지려고 산다. 또 그 행복은 그리 먼 곳에 있지도 않다. 이런 얘기가 가능하도록 7차 교육과정 책은 참 잘 만들어졌다.

경북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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